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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6. 2021

리치몬드로 갑니다.

리치몬드로 갑니다. 팬데믹 이후 비행기는 처음이라 남들 다 하는 것인데도 좀 긴장됩니다.  9월 중순의 새벽은 이제 캄캄합니다. 6월이었으면 아마도 해가 창으로 한창 쏟아질 시간인데 가을이 제법 익어가는 9월 중순은 밤이 제법 실어져서 아침은 더딥니다. 아직도 짙은 어둠과는 달리 새벽길은 이미 어디론가 삶의 터전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어제 사무실에서 출장용 가방을 챙겨서 퇴근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른 아침이라 사무실을 들를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것 저것 샘플을 집어넣다보니 가방이 30kg은 족히 될 듯 한데, 이 무거운 걸 질질 끌고 버스터미날까지 걸어갔습니다. 팔자좋은 여행객처럼 보여도 팔다리는 죽을 맛입니다.


첵인 키오스크에서 가방 무게를 재어보니 31kg입니다. 32kg을 넘으면 비용이 훌쩍 뛰는데 귀신같이 무게를 맞춘 셈입니다. 느긋하게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는 저의 예상은 공항입구부터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공항은 코로나를 진작에 벗어난 것일까요? 지그재그로 길게 늘어놓은 라인이 도대체 몇개가 겹쳐져 있는지 모를 지경인데, 이 라인을 왔다 갔다 하다보니 한줄 건너 사람과 눈인사를 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곁에 있는 것입니다.


리치몬드는 버지니아주의 주도입니다. 미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연합(Confederate State of America)의 수도였기도 합니다. 남군의 영웅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은 이 리치몬드에 1890년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장군의 동상은 그가 흑인 차별주의자였다는 이유로 131년만에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동상이 너무 커서 통채로 철거하지 못하고 몸통을 잘라야만 했다고 합니다.


뉴욕과는 사뭇 다른 도시, 리치몬드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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