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민주, 신속한 독재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결과지향적이기 보다는 과정 지향적입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불법, 편법, 새치기, 밀어붙이기가 있어도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불만이 있어도 수용할 수 있는 결과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과정이 느리고 절차가 복잡해도 그것을 거쳐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지루하며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반면 독재국가는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입니다. 토론과 타협과 합의의 과정은 생략되고, 독재자의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그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에 그것에 반대하는 자들은 곧 국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되어 처벌됩니다. 생활의 터전을 빼앗기는 사람도 생기고,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도 가고, 이유없이 경찰서에 끌려가서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절차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없이 경찰서에 끌려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나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 절차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바로 나 자신을 권력의 횡포로부터 지키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주의의 지루함, 비효율, 번잡함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일도양단과 같은 요구는 우리 스스로 지양해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민주적 소양이 더 철저한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해야 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효율보다는 평등을 먼저 고려하며, 소외된 곳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