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yohyun Hwang
Sep 25. 2021
주말 골퍼들의 꿈이 싱글이지만 저처럼 건성건성, '구라골프'만 싱글인 사람에게 싱글은 정말 꿈같은 얘기입니다. 공부나 운동이나 예술이나 사업이나 약간은 어느 분야에 조금 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 듯 합니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만에 싱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물론 재능을 이야기 하면서 본인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재능은 노력이 뒷받침될때 비로소 빛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그것은 설렁탕 국물에 간을 맞추는 소금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설렁탕에 소금간을 하지 않습니다.간이 안된 설렁탕은 먹을만 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맛은 아닙니다. 싱겁게 먹어야 좋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간 없이 몇번 먹어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먹을만 하기도 하고, 또 간을 맞추느라 몇번씩 소금을 찍어 넣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간을 하지 않습니다. 하긴 커피도 맹탕 그대로 드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설렁탕도 맹탕으로 먹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제 골프가 바로 간이 안된 설렁탕 수준입니다.
그런 저도 트러블 샷을 즐기는 편입니다. 즐긴다는 말은 약간 어폐가 있을 듯 합니다. 세상에 트러블을 즐기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비단길로만 걷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골퍼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페어웨이 한가운데 공을 보내고 싶고, 세컨샷은 그린에 올리고 싶고 그린에서는 한번, 많아야 두번만에 홀에 공을 넣기를 항상 소망합니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마음대로 되던가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무리 정성을 다해서 쳐도 무심한 공은 숲속으로, 풀속으로, 간혹 이웃집으로, 아 또 물에 빠지기도 합니다. 동반자들이 쭉쭉 잘 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골프인 것을.
제가 트러블 샷을 즐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을 떠나지 않는 한 제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동반자들도 공을 같이 찾아주기는 하지만 대신 쳐주지는 않습니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공이 스스로 페어웨이로 가는 일은 없습니다. 지가 잘 못쳐놓고 열내고 그래..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클럽을 집어던지지도 못합니다. 한번 잘못된 것으로 만족해야지 인격까지 드러낼 필요는 없는 일이니까요. 천하의 타이거도 미스샷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수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샷으로 실수를 회복합니다. 화를 내는 사람은 하수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트러블 샷을 즐기는 이유는 제 스스로 선택한 클럽으로 수십미터 나무를 넘겨 원하는 지점에 공이 떨어졌을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 그것 때문입니다. 문제 없는 인생보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인생이 훨씬 더 멋져보이 것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