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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01. 2021

시월이다.

한달 내내 지붕을 두드리며 떨어지던 도토리는 찢겨나가는 달력과 함께 멈춰 버렸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야 하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으나 달포 지붕을 다닥거리던 도토리의 깊은 내막을 내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떠나야할 도토리를 모두 떠나보낸 나무는 이제 남은 이파리마저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또 한장의 달력을 찢어낼쯤 그들의 이별은 마무리되어 있지 않을까.


기온이 훅 떨어졌다. 9월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던 여름도 흔들어 대는 시간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 시월과 함께 조용히 자취를 감춘 것이다. 내가 아끼는 바머자켓(Bomber Jacket)을 꺼냈다. 이태전 그런 걸 왜 사냐는 타박을 들으며 기어이 사고야 말았던 나의 애장품. 어느날 식당에서 누군가가 자켓이 참 좋다며 어디서 샀냐는 물음에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 그때 아마 나는 속으로 이랬을텐데, 옷이 아무에게나 어울리겠소 라고.


도토리는 마당에 지천이다. 칲멍크가 월세도 내지않고 우리마당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도 이 물반 고기반 같이 늘부러져 있는 도토리 덕분일텐데 나는 별로 그들을 쫓아낼 생각이 없다. 덩치가 너무 작아서 손아귀에 들아올까 말까하는, 황금색 몸통에 힌줄이 쭉쭉 가 있는 이놈들을 보면 귀엽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집의 칲멍크 가족은 날래고 부지런하다. 나는 그들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후다닥 뛰어갔다 또 후다닥 뛰어오고, 사랑놀이도 뛰어다니면서 하는 듯 하니 가히 그 부지런함이라니.


바쁜 칲멍크와는 달리 사슴 가족은 유유자적하다. 우리집을 조석으로 방문하는 저 사슴 가족은 얼마나 뼈대있는 가문인지는 몰라도 지난 봄 가문을 잇기위한 2세  불리기에 골몰한 것이 틀림없다. 두세마리 뿐이던 무리가 가을에 8마리로 늘어난 것이다. 그중 압권은 몸에 아직 힌점이 박혀있는 새끼 사슴이다. 우리 가족은 그넘을 꽃사슴이라 부른다. 사주경계에 열심인 제 엄마와는 달리 이넘은 천방지축이다. 엄마와 있으니 세상 무서운게 없는 게지.


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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