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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01. 2017

Fedex Palyoff 2017

2015년 6월 21일, US Open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조단 스피스가 버디를 기록하며 3타차 선두로 나섰을때 그의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1923년 바비 존스이후 마스터스와 US OPEN을 같은 해에 우승한 최연소 선수가 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도, 잭 니클라우스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 바로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17번홀 파3에서 3 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갑자기 그의 우승은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파5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다소 안심하는 듯 했으나 뒤따라 오는 더스틴 존슨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한타 차이로 18번홀에 들어선 더스틴의 장쾌한 드라이브가 하늘을 가른 후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세컨 샷을 보기 좋게 그린에 올린 더스틴의 머리 속에는 최소한 버디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글이면 역전 우승, 버디면 플레이오프. 존슨의 3.7m 이글 펏은 홀을 살짝 비킨 다음 약 1m 조금 못되는 지점에 멈췄다. 이어지는 버디 펏. 프로의 1m 미만 퍼팅 미스 확율은 10%도 안된다. 존슨은 이 퍼팅을 놓치며 조단에게 영광을 기록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새가슴 존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17년 8월 27일 Fedex Playoff 1차전, 이 대회 공식 명칭은 후원사의 이름을 빌려 Northern Trust Open이라고 한다. 대회 마지막날, 조단 스피스가 12 언더, 더스틴 존슨은 9 언더. 조단의 3타차 선두. 조단이 3번과 5번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14언더로 5타차이가 되었을때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어지는 6번홀
파3 에서 조단의 티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 보기, 기껏 벌어놓은 두 타를 순식간에 까먹었다. 9번홀, 조단의 보기, 더스틴의 버디. 3타 차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1 타 차이로 줄어 들었다. 10번홀, 더스틴의 줄버디, 조단의 파. 마침내 타이. 중계방송은 다른 선수들은 거의 보여주지도 않는다. 두사람만의 매치 플레이가 된 것이다. 13번홀 나란히 버디를 기록하며 더욱 치열해진 기싸움. 14반에서 조단이 버디를 기록하며 치고나가자 15번에서 더스틴이 버디로 맞받아친다. 나란히 13언더파. 그렇게 두사람은 18번홀에 왔다.


더스틴의 4m 파 펏. 넣으면 플레이오프, 못넣으면 통한의 준우승. 전후좌우로 라이를 읽고나서 숨을 고른 다음 망설임없는 과감한 퍼팅. 공은 홀 오른쪽에서 테두리를 타고 2/3바퀴를 돈 다음 홀 안쪽으로 툭 떨어진다.


두 선수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플레이오프를 위해 카트를 타고 18번홀로 이동한다. 플레이오프 전적은 조단이 4승2패, 더스틴은 1패. 이 기록으로 미뤄 플레이오프 경험이 많은 조단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나 하는 전망과 작년과 올해 보여준 성과와 세계랭킹 1위, 조단을 훨씬 능가하는 비거리 등을 근거로 더스틴의 우세를 예상하는 해설이 바쁘게 교차한다.


18번홀은 티박스와 그린 사이에 큰 호수가 놓여 있다. 페어웨이는 호수를 끼고 오른쪽으로 뻗어가다가 다시 그린 방향인 왼쪽으로 꺾인다. 호수의 어느지점을 횡단하게 할 것인가가 세컨샷의 관건이다. 조단의 공은 호수의 가장자리를 기로질러 홀 170야드 정도 되는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더스틴은 별로 긴장한 모습도 없이 한번의 연습스윙 후 그린 정면, 호수 한가운데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날린다. 볼 궤적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중계방송 덕분에 공의 방향을 정확히 볼 수 있다. 높게 포물선을 그린 더스틴의 공은 호수를 훌쩍 넘어 그린 80야드 정면에 멈춘다.


세컨 샷. 긴장감이 지나쳤는데 조단은 홀컵과는 반대쪽 그린 에지에 공을 보내고. 이번에도 더스틴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세를 잡은 다음 짧게 스윙. 휙 떠오른 공은 깃대에 조금 못미친 지점까지 또르르 굴러간다. 어림잡아 1m. 2015년의 버디퍼팅과 비숫한 거리. 더스틴은 이 순간 무엇을 떠 올렸을까. 새가슴 더스틴은 더이상 새가슴이 아니었다. 망설임없는 과감한 퍼팅으로 버디를 잡고, 2015년의 상처를 날려버렸다.


페덱스 플레이오프 2차전은 보스톤에서 열린다. 작년까지 도이치 뱅크에서 후원하여 도이치뱅크 챔피언쉽이라고 했으나 올해부터는후원사가 바뀌어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쉽으로 불린다. 통상의 PGA 대회는 목요일 시작해 일요일 끝나지만 노동절 연휴를 끼고 열리는 플레이오프 2차전은 금요일에 1라운드가 열리고 월요일에 끝난다. 1차전에 출전한 125명의 선수중에서 25명이 탈락하며 100명만 초대받는다. 2차전 결과에 따라 다시 상위 70명만이 시카고의 3차전에 출전할 수 있으며, 아틀란타에서 열리는 최종 4차전에는 3차전 성적 30위까지만 초청받는다. 남부의 심장, 아틀란타에는 델타, CNN, 코카콜라 등 굴지의 회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4차전은 코카콜라챔피언쉽이다.


오늘, 플레이오프 2차전이 보스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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