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Sep 07. 2017

구걸도 마케팅이다.

구걸로 16억을 모았다는 기사를 보며 든 생각, 그 정도면 아마 그 분은 뭘 해도 잘하지 않았을까? 주변인들이야 뭐라고 하든 그에게는 구걸이 엄연한 직업이었을 것이다.말이 좋아 구걸이지 이것도 어느정도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이겠지만 이 동정심을 자극하는 방식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구걸에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주제넘는 얘기가 되려나.


맨하탄에도 구걸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이전 블룸버거 시장 시절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길거리 천사들이 드블라지오 시장이 들어서면서 하나 둘 늘더니 지금 미드타운의 블락마다 2, 3명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이 구걸 시장도 마침내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경쟁은 차별화의 원천이다. 어떻게 하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동정심을 자극하여 매출(구걸)을 극대화 할 것인가, 여기 몇가지 실례가 있다.


배가 고파요, 도와주세요, 홈리스입니다.  고향에 갈 버스표를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전통적(?)인 이런 문구를 골판지에 새겨서 길거리에 앉아 있는 경우는  재래식이라 할 만 하다.  사실 이런 걸 들고 있지 않아도 종이컵을 놓아두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은 단번에 구걸 중임을 알 수 있지만, 아무 것도 없이 맹탕으로 앉아서 구걸하는 것 보다는 뭔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어느 날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어떤 거리 천사분이 열심히 개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참 특이한 풍경(적어도 내게는)이라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이런 호기심에 여러 사람이 실없는 사람이라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 양반과 개의 관계가. 자기 입에 풀칠도 못하면서 개 씩이나 라는 생각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은 개를 훌륭하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럴 때도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해야 하나.그런데 최근에는 개로는 부족한지 고양이까지 등장했다. 애완동물을 동원한 미국다운 구걸이다.


군복을 입고 나는 이라크 참전 제대군인입니다 라는 보드를 들고 있는 분은 보다 더 창의적인 편이다.실제로 참전군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분은 마케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손에는 군인 신분증을 들고 있다.이 마케팅은 비교적 잘 통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의 종이컵에는 지폐가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구걸에 어린아이를 동원하는 일은 없다. 그것은 이 분들이 특별히 자라나는 새싹들을 배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랬다가는 바로 잡혀가기 때문이다.구걸을 하든 껌을 팔든 법을 어기지 않으면 자유천지인 미국 아닌가. 그런데 또다시 발견한 충격현장! 나 임신했어요.아 이건 창의적이기는 해도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실제 임신한 것 같은 몸매이기는 하다.  온갖 자질구레한 생각이 머리에 가득하다.


구걸도 독창적일 것을 요구하는 나라, 미국은 그래서 강한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돌아온 풋볼 시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