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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0. 2017

하이라인 달리기

토요일은 모두에게 황금같은 날이다. 특히 토요일 새벽은 천지가 고요에 잠기는 시간. 나는 운동복을 챙겨 집을 나섰다. 대단한 이벤트라도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주말 새벽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 좀 없는 '하이라인'을 달려보고 싶어서다.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나도 괜찮은 달리기 코스가 보이면 운동화를 신고 싶은 본능적 충동을 느낀다. 내가 하이라인을 잠시 곁눈질로 한번 본 이후, 속으로 다짐한 것이 반드시 저기를 한번 달려봐야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소문난 관광지가 되면서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든다는 점이었다. 일부 구간은 넓지만 중간 중간 어른 두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걸으면 다른 사람이 끼어들이가 만만치 않은 구간도 제법 있다. 걷거나 멈춰서 경관을 즐기는 수많은 관광객들, 잠시 나들이 나온 주민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는 그 틈새를 달린다는 것은 서로에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약간의 호들갑이라도 없으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아침잠이 별로 없는 나는 주말이라고 해서 새벽에 일찍 깨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오히려 잠은 깼는데 다른 식구들 깰까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것이 더 괴롭다. 문득 입주과외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1년 가까이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르치던 놈이 그러는 것이다. 형은 알람 안맞춰도 되? 야 그런 거 안해도 되. 난 자동이야 자동. 그 시절, 그 훨씬 이전부터 그랬으니 이것은 그냥 체질이라 할 수 밖에.


주중 맨하탄은 길거리 주차를 할 수 없다. 차로 출근하는 경우 부득이 비싼 주차비를 감수하고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블락마다 촘촘히 근무하고 있는 주차 단속 요원들이 단 1분의 여유도 주지않고 바로 딱지를 뗀다. 벌금은 150불. 주차비 58불이 비싸기는 해도 벌금보다야 싸지 않은가. 평일 6시 이후에는 시간당 4불만 내는 길거리 주차가 가능하며, 주말에는 운 좋으면 공짜로 주차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도 있다. 짐에서 가까운 길거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다음 짐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길거리로 나섰다. 짐은 41가에 있고 하이라인은 34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거기까지 좀 더 뛰어가야 한다. 대략 짐작해보니 짐에서 하이라인 남쪽 끝을 왕복하면 5마일(8km)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이라인은 원래 맨하탄의 서남쪽, 미트패킹 디스트릭트과 첼시지역을 관통하는 철길이었다. 그런데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면서 이 철길은 도시의 흉물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뉴욕시에서 가로 공원으로 재개발한 것이다. 철길의 뼈대와 철로는 그대로 두고 거기 흙을 갖다 붓고,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일부 구간은 아스 팔트와 철판을 깔아서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건물과 건물사이로 이어지는 이 길은 이전 철길을 기초로 했기 도로교통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도보 전용이라 자전거도 다닐 수 없다. 말하자면 보행자 전용 가로공원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3년 완공된 파리의 Promenade plantée 를 벤치마킹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파리는 약 3마일(4.8km)정도라고 하는데 뉴욕의 하이라인은 1.45마일(2.33km)이다. 34가(34th St.)와 11가(11th Ave)가 만나는 지점이 북쪽 출발점이다. 34가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맨하탄의 종합전시장(재빗센터), 남쪽은 기차 종착역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전철계류장으로 쓰이고 있다. 휘트니 뮤지엄이 있는 Gansevoort St가 남쪽 끝이다. 전체구간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2014년이며 현재 일부 연장 구간에 대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침기온이 화씨 56도(섭씨 약 13도)라니 달리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온도가 있을 수 없다. 아침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다. 아마도 이 부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일 것이다. 혹은 이참에 뉴욕에 왔으니 한번 달려봐야지 하는 달리기 매니아도 있을것 같다. 아니면 나처럼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 굳이 차를 몰고 허드슨강을 건너온 경우도 있을 것 같고. 왕복 달리기를 하고 짐 앞에서 기록을 확인해 보니 4.99마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대략 5마일쯤 되지 않을까 하는 내 짐작이 맞은 것이 신기하면서도 5마을을 마저 채우지 못해 아쉽다. 4.99와 5.00은 그 조그만 차이에도 불구하고 급이 다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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