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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Dec 30. 2016

월 스트리트, 세계를 지배하는 1KM

7분이면 족하다. 다소 느긋하게 걸어도10분이면 끝이다.도대체 이 짧은 도로는 어떻게하여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가.월스트리트의 공격 지향성은 2011년 9월 17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자생적인 시민 저항 운동을 낳았다. 그런데 이런 반 월스트리트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920년9월 16일, 월스트리트에서 38명이 죽고143명이 부상당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이러고 보면 월스트리트는 9월과 악연이 깊은 것 같다.맨하탄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가 거의 끝나갈 때쯤,빌딩숲속에서 고독하게 서 있는 고딕 양식의 교회를 만나게 된다. 트리니티 교회이다.월스트리트는 바로 이 교회 맞은편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내려가 사우스 스트리트에서 끝난다.길이는  700M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의 상징은 누가 뭐라해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들이받을 것 같은 황소 동상이다. 황소는 활황 장세의 상징 아닌가. 일확천금의 꿈은 동서와 고금이 다를 리 없다. 이 동상에는 유난히 빛나는 부위가 있다. 부를 열망하는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유독 그 부위만 만지기 때문이다. 마치 존 하버드의 왼발을 만지는 것으로 하버드 입학을 바라는 것처럼.


금융 산업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월스트리트의 과거는 화려하였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 거리의 한 모퉁이에  뉴욕시가 승인한 노예시장(1711년 ~ 1762년)이 있었고,노예 매매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 되었다. 초대 대통령 죠지 워싱턴은 바로 이 거리에 있는 페더럴 홀에서 1789년 4월 30일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했으며, 미국 최초의 국회의사당도 이로 이곳에 있었다.미국 최초의 행정부는 보스톤도, 필라델피아도 아닌 바로 이곳,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 볼 수 있는 페더럴 홀은1842년 기존의 페더럴 홀이 있던 자리에 새로 지어진 것이다. 여기에 있는 워싱턴 동상의 위치는 죠지워싱턴이 대통령 선서식을 거행한 바로 그자리라고 한다. 


유럽인들 중 맨하탄에 제일 먼저 정착촌을 만든 사람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다. 뉴욕의 첫 이름이 뉴 암스테르담이었던 것은 그런 연유이다.그들은 원주민들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였고, 그 협정에 따라 원주민들은 허드슨 강 맞은편 오늘날의 호보켄으로 옮겨갔다. 원주민들을 믿지 못했던 네덜란드 총독 키프트(Kieft, Dutch Governor)는 어느날 밤 사람들을 보내 이 원주민들을 학살한다.이들 원주민 중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 학살 소식을 다른 인디안 원주민들에게 퍼뜨린다. 이에 불안을 느낀 네덜란드 인들은 정착촌 북쪽 경계에 방어용 방책(Wall)을 설치하게 된다.이후 영국인들이 맨하탄에 진출하면서 이 방어용 장벽은 이중으로 강화되었고, 높이도 4M로 더 높아졌다. 1699년 이곳을 점령한 영국인들에 의해 이 장벽은 제거 되었고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맨하탄은 빌딩으로만 가득차 있는 곳이 아니다.세계에서 금이 가장 많이 보관된 곳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 소유의 금 보관소가 있는 컨터키 주, 포트 녹스(Fort Knox, Kentucky) 보다도 더 많다. 바위 덩어리 가운데에 54만개의 골드 바,5천억 달러가 넘는, 7000톤의 금덩어리가 지금 잠자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북쪽으로 두블락에 위치한 뉴욕 연방 준비은행은 연륜이 있어 보이는 외관을 빼고는 특별한 것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이 건물 지하 24M지점에 그 금괴들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하루 180명에게만 공개되는 이 금보관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물론 사전 예약을 해야하고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등은 소지할 수 없으며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만 한다.  2008년 9월 19일 ABC NEWS 스콧 메이러윗츠(SCOTTMAYEROWITZ )기자가  이 진귀한 금 보관소를 취재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보관 중인 금의 약 95%는 48개 외국 중앙 은행과 12개국제기관 소유이며, 미국 정부가 소유의 금은 5% 정도에 불과하다.뉴욕연방준비은행은 이 금을 공짜로 보관해주고 있다.여러 국가와 기관이 단순히 공짜라는 이유로 금을 여기에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이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금의 소유권은 수시로 바뀐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사고 팔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금을 매매할 때의 번거로움을 상상해보라. 보안과 운송과 확인 등에 소요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그래서 금은 언제나 이 장소에 있고 장부상 소유권만 움직일 뿐이다. 골드바의 소유권이 바뀌어 위치를 이동하게 되면,이동 비용으로 바 하나당 1.75달러를 부과한다고 한다.그것이 유일한 비용이다. 미국은 보관료를 받지 않는 대신 금이라는 각국의 명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월스트리트의 오른쪽 날개가 이 금 보관소라면 왼쪽 날개는 뉴욕증권거래소이다.  여기에등록되어있는 기업은 2014년 말 현재1868개이며, 이들의 시가 총액은2015년 5월 기준 19조 7천억 달러,일일 평균 거래 규모는일1,700억 달러 가량 된다고 한다. 1792년 5월 17일24명의 상품 중개인들이 아메리카 플라타너스(Buttonwood)아래 모여 상업거래에 대한 커미션 율을 정하는 협정을 체결한다.이때까지만 해도 밀, 면과 같은 상품은 경매에 의해 거래되었으나 이 24명의 거래인들은 그와같은 경매를 배제하고 일정율의 커피션을 부과하는 형태로 거래를 중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버튼우드 협정(Buttonwood Agreement)이라고 하며,뉴욕 증권거래소의 출발점으로 본다.


1884년 찰스 다우는 이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식 거래를 돕기 위해 11개 회사의 주가를 평균한 지수를  ‘Customer’sAfternoon Letter’라는  정보지에 게재하기 시작한다.이 정보지가1886년 1월 2일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난다. 초기의 지수는 대부분 철도회사(11개 회사 중9개)였는데, 다우는 1896년 5월 26일부터 철도회사를 제외하고 순수한 일반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다우지수(Dow Jones IndustrialAverage)이다. 이 다우 산업지수에 최초로 편입된 회사는 전부 12개 였고, 이중 오늘날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회사는GE가 유일하다.


뉴욕 증권 거래소와 페더럴 홀을 각각 마주보는 코너에 4층 높이의 육중한 건물이 하나 있다.월스트리트 23번지 혹은 단순하게 ‘더 코너(The Corner)’라고 불리는 건물이다.여기가 월스트리트를 오늘날의 월스트리트로 만든  J. P. Morgan  & Co.의 본거지였다.  1907년 10월 미국은 주가가 최고가 대비50% 이상 폭락하면서 심각한 신용경색 상태에  빠진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지불 불능 사태가 속출한 것이다. 뉴욕에서 시작된 은행들의 부도사태는 점차 전국으로 번지게 된다. 기존의 뱅킹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를 막을 통제나 관리 장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위기에서 미국을 구한 사람이 바로J. P. Morgan 이었다. 그는 개인 자금을 투입하여 위기에 빠진 은행들을 지원하는 한편, 다른 기업가들과 은행가들을 설득하여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데 전력을 기울인다.그결과 국가 신용 경색 상태는 약 3주간의 혼란기를 거쳐 진정되기에 이른다.이후 나라의 은행 시스템을 특정 개인에게 의존할 수 없다는 반성이 제기 되었고, 그 결과 마침내  1913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장벽이 없어진 자리에 이름만 남았듯이, 오늘날의 월스트리트에는 그 이름에 어울리는 금융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모두들 미드타운으로 이사를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은행이나 대형 금융기관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라. 그들은 여전히 월스트리트라는 우산 아래 모여 있으므로. 그것이 아쉽다면 더 코너 빌딩에서 발견하는1920년의 테러 흔적으로 월스트리트의 영화를 추억하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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