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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20. 2017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간혹 지상에 등장하는 양복 도열 사진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바위덩어리라도 부숴버릴 것 같은 건장한 젊은이들이 검은 양복에 힌 장갑을 끼고 서로 마주보고 서서 두목이 등장하면 일제히 '행님' 하면서 허리를 90도를 꺾는 장면이이라니. 이 인간 터널 사이를 지나가는 저 사람은 또 얼마나 희열에 넘칠 것인가. 이 순간을 위해 수많은 모략과 음모와 배신을 거쳐왔을 것이다.


현란한 언어로 문장을 희롱하는 식자들의 과시욕은 또 어떤가. 마치 쟁반에 구슬이 튀는 듯한 단어의 나열을 마주하게 되면 졸개의 반열에도 끼지 못하는 스스로가 초라해짐을 감출 수가 없다. 힘이 없어 주먹으로 과시하지도 못하고 아는 게 부족해 글로도 과시하지 못하지만 돈은 넘쳐서 또 그것으로 과시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그들의 먹는 것, 입는 것, 타는 것은 먹고, 입고, 타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 과시한다고 욕할 것도 없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자라잡고 있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의하면 과시는 '자랑하여 보임', '사실보다 과장되게 나타내어 보임' 이라고 한다. 조금 넘치기는 하지만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고 보니 주먹 센 사람이 주먹자랑하는 것이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지식 자랑하는 것이나 돈 많은 사람이 돈자랑하는 것이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한다.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고 언론이 시끄럽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었고, CIA 국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방한 미국 대통령은 카터다. 그 이래로 이토록 태산이 명동하도록 시끌벅적하게 방한하는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그의 방한 과정을 보면서 조폭의 도열을 상상한 것은 나의 삐딱함 때문인가. 과시가 눈꼴 사나운 것은 과시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을 굳이 자랑하려 하기 때문이다. 왠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결과가 서일필이 되지 않을까 싶은 염려는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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