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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10. 2018

사랑이란 무엇일까

칼훈씨는 요양병원에서 동료 환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동료환자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그가 이렇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는 할머니의 기억이 책을 읽어주는 동안 간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기억은 5분을 넘기지 못한다. 스스로도 심장수술을 두번이나 받아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5분의 기억을 위해 하루종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에게 지극 정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의사는 그에게 부질없는 짓이라고 타박한다. 그러나 그는 의술로 안되는 영역은 신이 도와주실 거라고 말한다. 그에게 사랑은 간절함이다.


대농장지주의 흔적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남부, 그것도 독립성향이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남북전쟁이 여기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습의 뿌리가 어느 곳보다 강한 이곳에서 가진 것 없는 노아는 오로지 육신에 의지해 살아가는 일용근로자다. 우연히 알게된 알리는 남부 대지주의 외동딸. 왜 사랑은 꼭 이렇게 시작되는 것인가. 여름방학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알리는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내러 온 것이다. 첫눈에 알리에게 반한 노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노아는 알리를 쓰러져가는 폐가로 안내한다. 아무도 없는 폐가. 들판의 물방앗간 같은 곳. 노아는 알리에게 언젠가는 이집을 사서 근사하게 꾸미고 알리가 일몰을 보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베란다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사랑은 무모해서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일까.  

시간은 연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름방학은 끝났다. 지금 때는 1940년대. 이제 노아와 알리를 이어주는 것이라곤 편지뿐. 1년동안 365통의 편지를 보내도 알리는 답이 없다. 사랑을 포기하고 입대하는 노아. 이렇게 사랑은 신파적이다. 노아의 편지를 가로챈 알리의 엄마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근본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딸을 시집보내려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기실 엄마도 어린 시절 알리처럼 불같은 사랑을 겪었던 것이다. 엄마는 알리에게 엄마의 첫사랑을 보여준다. 막노동장에서 하루종일 삽질하는 중늙은이. 그 사람이 엄마가 한때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던 사람. 그리고 트렁크에서 365통의 편지를 꺼내 알리에게 돌려준다.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질거리는 오래된 가죽지갑 같은 것.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 사랑을 찾아가라는 엄마의 눈은 하염없다. 사랑은 그렇게 가지않은 길에 대한 회한이 되기도 한다.


전쟁터에 나간 노아는 전사했을까. 다행히 작가는 아직 할말이 더 남은 것 같다. 노아의 친구 핀은 전쟁터에서 죽고 노아는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칼훈은 아들에게 자신의 집을 팔아 그돈을 전부 아들에게 준다. 알리에게 폐가를 사서 새집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아들의 약속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어디서 살거냐는 아들의 물음에 니네집에서 살면 되지라는 대답을 하지만 사실 아버지의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가 물려준 돈과 자신이 모은 돈을 합쳐 폐가를 구입한 노아는 이 집을 완전히 새로운 집으로 개조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주고 떠났다. 그렇다, 사랑은 때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


노아 칼훈은 기억을 상실한 알리에게 다시 책을 읽어준다. 이 책은 그들 두사람의 사랑이야기다. 알리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익숙하다며 좋아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냐, 알리가 다시 노아를 찾아가냐며 다음 페이지를 재촉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억이 살아난 알리와 노아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 만남도 길어야 5분, 다시 기억이 사라진 알리가 노아를 치한 취급하며 소리를 지르자 병원 관리자들이 두사람을 떼어 놓는다. 어느날 밤, 노아와 알리 사이를 알고 있는 간호사의 배려로 노아가 알리를 찾아간다. 순간 기억이 돌아온 알리가 노아에게 말한다. 내 기억이 사라져도 나와 함께 있을 거냐고. 노아는 반드시 그럴거라고 답하고 좁은 침대에 손을 잡고 같이 눕는다. 그렇게 두사람은 눈을 감았다. 사랑은 치매보다 강하고 시간보다 영원하다.


유투브에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노트북'을 본 날, 
뉴욕은 폭설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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