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Mar 13. 2018

나는 아베가 부럽다.

가끔 뉴스로 일본 각료회의 장면을 볼 때가 있다. 대개 이렇다.수상만 제외하고 다른 장관들이 미리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며 아베가 등장한다. 그 순간 장관들이 일제히 기립하여 고개를 숙인다. 마치 조폭 두목이 등장하는 것 같다. 이런 장면이 꼭 일본 각의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참석자과 악수도 하고 인사말도 주고받고 하는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와 뭔가 다르다. 오히려 중국이나 북한에 더 가까운 장면 아닌가 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마자 누구보다 먼저 황금 퍼터를 들고 트럼프 타워를 방문한 사람이 아베다. 일본의 그 놀라운 로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상 모든 다른 나라가 충격속에 빠져 있을때 아베는 즉시 행동에 옮긴 것이다. 그는 대선전 힐러리한테 잘보이려고 유엔총회 무렵 열심히 민주당 캠프쪽에 줄을 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힐러리가 대세였으니까. 그런데 천하가 뒤집히자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바로 트럼프에게 달려간 것이다. 얼마나 멋진 변신이냐. 나는 이런 아베가 부럽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결정되자 역시 바빠진 사람이 아베다. 따지고 보면 그도 참 애매하게 고생하기는 하는 것 같다. 북한의 무기 대부분은 남한 뿐만 아니라 일본 어느 지역도 공격할 수 있다. 남북미 정상회담은 당연히 일본에게도 중대한 이슈이다. 일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전될 줄 몰았을테니 뒤통수를 쎄게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리라. 그냥 물러설 아베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전에 트럼프보고 체면 불구하고 만나자고 한 것은 그가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회담에서 그가 역내 평화를 위한 조언을 할 것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기대다.


여기에 30억(3억엔)을 조사비로 대겠다는 발상도 기회에 민첩한 아베다운 발상이다. 주변 당사국이니 자기들도 비핵화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거야 이해한다. 그러나 즉각 30억을 차비로 낼테니 자기들도 끼워달라는 말에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뿐이다. 무임승차보다야 낫지만 트럼프에게 거래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니. 이런 기민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아베말고 누가 있는가. 뻣대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즉시 태도를 바꾸는 그 유연함에, 그를 키운 일본의 정치 상황에 나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장사치인 나도 아직 이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니 내가 배워야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아베는 잘해야 방해꾼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미래지향적 결과가 나오면 아베는 또 어떤 변신을 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대륙에 부는 바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