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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14. 2018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틸러슨이 결국 쫓겨났다. 6개월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어서 언제냐가 관심사였지 그만두는 것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아마도 트럼프는 작년 여름쯤에 틸러슨을 해임시켜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그때 켈리가 비서실장이 되면서 조금 시간이 연장된 것이다. 트럼프 성향상 예우를 갖춰 그만두게 하는 것은 너무 과한 기대다. You are fired라는 말을 듣지 않고 그만둔 것은 그나마 켈리가 중간에서 노력한 결과라 하겠다. 나는 아직도 트럼프가 왜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 1인자 역할에 익숙한 틸러슨과는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틸러슨을 쫓아낼 기회를 만들어준 김정은에게 트럼프는 고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승부사 트럼프의 진면목을 관찰할 때가 왔다. 협상꾼들의 특징은 상대가 내 수를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상대는 너무 쉬운 상대다. 다음에 어떤 수를 둘 지를 알고 있으면 승부는 뻔하지 않는가. 예측불가의 고수를 꼽으라면 트럼프와 김정은이다. 결투의 날은 정해졌고, 이제 상대를 향한 수싸움만 남았다. 과연 누가 상대의 의표를 더 깊게 찌를 것인가. 아마도 두 사람은 생애최고의 희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틸러슨 해임은 그가 이 회담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한가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협상의 대가 트럼프다운 행동을 보여줄때가 온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지만 이 회담의 결과를 낙관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만나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다.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 삿대질만 하다가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말이 통하네 이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꺼번에 모든 일을 다 해결하지 못해도 이번에는 이정도로 하고 이런 저런 의제는 다음 기일을 정해서 다시 의논하자 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은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과 맞상대 함으로써 국제무대에 자기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국내 통치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세계의 골치덩어리 김정은을 외교무대로 끌어내는 리더쉽을 자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나자고 한 김정은이나 이를 단번에 수락한 트럼프나 목이 마른 사람들이다. 물론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통을 흔든 문재인 대통령의 안목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두사람 모두 자기도취적인 스타일이라 큰 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민주국가의 지도자이지만 기본 성향이 독재적이다. 주변인의 말에 경청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고 만족하는 사람이다. 시진핑이 독재의 길로 가는 헌법을 개정했을때 노골적으로 부럽다고 한 사람이 트럼프다. 김정은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두 사람이 큰 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핵 완전 폐기를 요구할 것이고 김정은은 그 댓가로 미군 철수와 함께 100조를 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두사람은 똑같이 막다른 길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 다음 선택은 전쟁뿐임을 두사람 모두 알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 그런 쪽으로 언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경협 카드와 함께. 예를 들어 김정은이 기대하는 100조(이것은 오직 나의 상상속 숫자다.)를 북한의 인프라 건설에 활용하게 되면 우리 기업도 살고, 북한도 부흥할 수 있다. 지하자원의 공동 개발과 판매 프로젝트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그때는 정권 붕괴로 이르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같이 잘살아보자 라고 하면 말귀를 못알아들을까. 트럼프도 외통수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주먹을 휘두르는 윽박질은 사실은 협상하자는 강력한 메시지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그는 협상을 선호하고 그것이 자기의 장점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협상이 깨지면 그의 선택은 북한을 공격하는 것 외는 없다. 다시 미국은 전쟁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면 안그래도 불리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양원을 잃는 대 참사를 당할 수도 있다.


나는 이 통쾌한 뒤집기를 만들어낸 Negotiator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면서 국면 관리자로서 끝까지 냉정함과 평상심을 잘 유지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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