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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30. 2018

정상회담 감상법

우리 목숨과 직접 관련된 일이라 감상이라는 표현이 좀 적절하지 않은 느낌은 있지만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살펴본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기를 부탁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나의 의문은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에 왜 다른 나라들이 호들갑인가에서 출발한다. 우선 시계를 딱 두달만 뒤로 돌려보자. 한반도는 전쟁 직전이었다.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북의 전쟁이다. 우리는 생각하지도, 바라지도 않았고 준비도 되지 않은 전쟁이 바로 코앞에 닥쳐온 것이었다. 미국 여론은 북한을 공격해서라도 핵과 ICBM 능력을 제거하라는 것이었고 워싱턴도 점점 그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이 코앞에 닥쳤을때 우리 주변국가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아베는 북한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중국은 뒷짐찌고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물론 나름대로 내부 정치환경이 있으니 이러쿵 저러쿵 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적어도 이들 두나라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자기들은 뭐 딱히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전쟁이 나서 삼성, 현대가 풍지박산이 나고, 한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도 좀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어떤가. 갑자기 일본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김정은이를 만나지 못해 안달이다. 미련 곰탱이 같은 중국은 마음이 얼마나 급했던지 미북 정상회담이 발표되자 마자 북과 교섭을 벌여 김정은을 북경으로 초청했다. 지난 6년간 냉대만 하던 것이 불과 두달 사이에 확 뒤집힌 것이다. 아베는 또 어떤가. 미일 정상회담을 해야겠다, 김정은을 만나겠다 등등 그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 모두가 지난 두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전쟁 국면에서는 입 닫고 내몰라라 하던 사람들이 평화국면에서는 이렇게 새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지원하는 세력인가, 아니면 방해하는 세력인가. 물론 우리도 그 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환경변화에 따라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각국의 이해관계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고 있는 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한번도 문제의 해결 주체는 남과 북이다. 남과 북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둘이서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때 비로소 주변 4강도 움직인다. 이것이 우리가 지난 두달 동안 목격한 현실이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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