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도 않을만큼 오랫만에 아버지와 등산을 갔다.
거창하게 '등산'이랄 것도 없이,
연휴 내 집에 앉아 먹고만 있으니 소화가 되질 않아 사람없는 뒷동산에 올랐다.
10분쯤 씍씍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100미터쯤 뒤에 천천히 올라오고 계셨다.
집에서 등산 폴을 들고 나오시길래 '뭘 이렇게나 본격적으로?' 라며 짐짓 놀랐던,
그 막대기에 한발 한발 기대어.
아버지가 내가 생각하던 그 아버지가 아니구나.
그 아버지가 아닌지 꽤 되었구나.
그래도 본인이 남자 어른이시라고 물병 넣은 가방은 오늘도 혼자 들고 오셨는데,
언제나 나보다 앞서 가시던 아빠가 한참 뒤에 천-천히 올라오고 계셨다.
'더 올라갈까?'
물음에 고개를 든 아빠 얼굴은,
내 머리에 막연히 항상 있는 그 얼굴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어느새 할아버지 되셨을까.
나 나이먹는 것만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건 보지도 못했나보다.
칠순의 아버지도 아빠고, 여든의 아버지도 아흔의 아버지도 아빠.
아버지라고는 내 절대 부르지 않을테다.
우리 아빠는 그냥 계속 '우리 아빠'다.
딱히 살가운 부녀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제든 마음으로나마 매달릴 수 있는 고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