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반려토이를 판매하는 ‘리룸’의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는, 법적 규제, 플랫폼 정책, 사회적 인식 등 다양한 제약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초반에는 충분한 근거 없이 감에 의존한 페르소나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게시글과 리뷰를 중심으로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사용자 여정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pain point — ‘구매 전 정보 부족’과 ‘상품 선택의 어려움’ — 을 도출할 수 있었고, 실제 서비스에 이를 반영하여 UX를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룸의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사용자의 pain point를 어떻게 발견하고, 이를 실질적인 UX 개선으로 연결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리룸(reroom) 소개
더 많은 커플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도록, 섹슈얼한 순간을 연결시켜 주는 가이드를 제안하는 플랫폼입니다.
한국에서 반려토이 커머스를 운영한다면, 다양한 제약이 존재합니다.
법적 규제 : 성인 인증 및 나이 제한 장치 적용이 필수
광고 및 마케팅 채널 제약 : 주요 플랫폼에서 광고 노출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며, 콘텐츠 검열과 유입 차단이 발생하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
결제 시스템 관련 제약 : 일부 PG사는 반려토이 업종을 '고위험 업종'으로 간주하여, 계약이 거절되거나, 수수료율이 일반 쇼핑몰보다 높게 책정
사회적 인식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고객 인터뷰나 설문조사와 같은 직접적인 조사 방식은 사용자에서 민감하거나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고객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분석이 아닌, 가설에 의존한 타깃 고객군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서비스 초기 기획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인 ‘누구를 위한 여정인가?’에 대한 답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려토이는 단순히 “자극이 세다, 약하다” 같은 기능적 기준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어떤 사용자는 ‘소음’이 신경 쓰여 망설이고, 또 어떤 사용자는 ‘자취방에 부모님이 갑자기 찾아보실까 봐’ 사용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수집하려는 데이터는 단순한 제품 평가를 넘어서,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 제품을 사용하며, 어떤 이유로 구매를 주저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실질적인 자료입니다.
반려토이 쇼핑몰에서는 누구나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상품 나열만으로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만의 큐레이션 기준과 추천 철학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누구에게 이 제품이 더 적합한가?”, “왜 이 제품을 추천하는가?”에 대한 근거 있는 설명이 가능해야 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을 위해,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제품을 연결 짓는 ‘언어’를 설계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란,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큐레이션 문구, 제품 설명, 추천 기준, 필터링 체계, 콘텐츠 구성 방식 등 사용자에게 제품의 맥락을 전달하는 모든 표현 수단을 포함합니다.
“이 제품은 자위기구를 처음 사용해 보는 20대 여성에게 추천합니다. 소음이 적고, 휴대폰보다 작은 아담한 사이즈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용자도 부담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큐레이션은 ‘고민 없는 나열’이 아니라, ‘이유 있는 추천’이어야 하니까요.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제품명) 제품 추천!'처럼 제품 중심의 키워드보다는, '구체적 상황(예: 커플 이벤트)을 위한, 제품 특징(예: 풍성한 꼬리, 초보도 사용 가능한) 제품 추천!'과 같이 맥락이 담긴 문장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실제 유저의 검색 및 표현 방식에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니즈, 상황, 표현 방식이 반영된 문장으로 콘텐츠를 구성해야, 검색 유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제품 추천의 설득력 또한 강화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기에 앞서, 사용자들이 실제로 어떤 언어로 검색하고, 어떤 단어로 제품을 표현하는지를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사용자 후기와 게시글은 자동 분석 시스템을 통해 각 작성자의 제품 사용 목적, 문제 상황, 감정 상태 등이 의미 단위로 태깅되었습니다.
이후, 문제 인식 방식과 감정 표현, 단어 선택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유사한 성향을 지닌 사용자들을 6개의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특히 전체 세그먼트 중 56.95%는 ‘구매 전 정보 부족’과 ‘상품 선택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정보 탐색러' 유형의 사용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제품이나 성적 감각, 연애 감정 등에서 불안하거나 미숙함을 느끼며,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타인과 비교하면서 혼란을 겪기도 했고, 정보 탐색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거나 확신을 얻고자 했습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얻으려는 욕구도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정보 탐색러’ 유형의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pain point는, 성적 자기 이해가 아직 충분하지 않거나 제품 사용이 처음인 경우에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색 구조 개선, 입문자 가이드 콘텐츠, 제품 비교 기준 제시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정보를 더 빠르게 찾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려한 콘텐츠 및 인터페이스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스스로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 경험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존 반려토이 쇼핑몰은 제품이 전반적으로 생소한 데 비해 설명이 부족하고, 카테고리 또한 ‘남성용품, 여성용품, 커플용품’ 정도로만 나뉘어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의 형태, 사용 목적, 자극 방식, 사용 맥락 등을 기준으로 총 12개의 상위 카테고리로 세분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 분류를 넘어, 사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제품인지’를 떠올리며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입니다.
하위 카테고리에는 대표 이미지를 배치하여, 제품명이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도 카테고리 이름과 실제 제품의 생김새를 시각적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보완했습니다.
또한 사용자 성별에 따라 노출되는 메뉴 구성을 달리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사용자에게 더 적합한 정보와 제품이 먼저 제안되도록 맞춤형 탐색 흐름을 설계했습니다.
질과 항문에는 고유의 pH 농도가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감염이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어, 젤을 사용할 때 pH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러한 의학적 또는 기능적 정보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구매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커의 역할은 구매 전에 꼭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반려토이가 처음이거나 성에 대한 자기 이해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사용자를 타깃으로 ‘브랜드명 + 백과사전 = 리룸백과’라는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리룸백과는 총 7가지 시리즈로 구성되며, 윤활제, 콕링, BDSM, 애널, 진동, 삽입, 오나홀 관련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용 전 알아두면 좋은 체크포인트와 제품의 사용 방식이나 자극 특성에 따라 어떻게 나뉘는지를 설명해 주는 분류 가이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 경험이 많지 않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를 것인가’는 첫 번째 장벽이 됩니다. 기존의 제품 설명은 대부분 기능 나열에 그쳤고, 사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비교 기준이 빠져 있거나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MDnote’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콘텐츠입니다. 단순한 스펙 나열이 아닌, 사용 시 느껴지는 체감 특성, 추천 대상, 스펙 정보를 포함해,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더 적합한 제품을 판단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제품 비교 기준이란
‘내 상황에 어떤 제품이 더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를 말합니다.
1. 스펙 정보로 나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예: 콘돔이라면 형태, 소재, 두께, 사이즈 등
“만약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다면, ‘폴리아이소프렌’이나 ‘폴리우레탄’ 소재의 콘돔을 사용해 보세요!”
2. 사용 목적과 상황이 연결될 수 있도록
부모님과 함께 사는 환경에서 소음이 걱정되는 사용자를 위해, “50dB 이하의 저소음 제품으로 방문을 닫으면 들리지 않아요!”
3. 감각적·정서적 기준도 포함될 수 있도록
‘더 안전한 느낌이 든다’, ‘색이 예쁘다’, '디자인이 예쁘다'와 같은 정성적 요소도 비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정량적 스펙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해당 서비스는 4월에 출시되었으며, 현재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성과를 단정 짓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사용자 반응과 정량/정성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결과는 추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