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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숲 Nov 20. 2023

킁킁.사람냄새

나는 유쾌한 할머니가 될 거야!

킁킁 사람냄새


나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이 커서 그 만의 무드가 있는 장소에 가는 걸 좋아한다. 내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좋은 공간에 들어가 있으면 감정이 환기되고 그게 어디든 애정이 생겨 내 아지트가 되곤 했다.


내게 좋은 공간이란 뭘까?

사람의 취향이나 무드가 가득 담긴 정체성이 잘 드러난 공간을 말한다. 커피를 밥보다 더 좋아하는 나는 카페에 자주 가는데 맛도 중요하지만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을 사랑한다.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공간에 매료돼서 이내 이런무드를 풍길 수 있는 사장님에게로 눈이 간다.킁킁 사람냄새


어떻게 이런 공간을 꾸리게 되셨을까? 사장님의 평소 관심사는 뭘까? 어떤 계기로 가게를 하게 되신 걸까? 호기심천국인 나는 그분의 세계가 마구마구 궁금해진다.


애정을 가진 공간은 한 번을 가도 좋지만 좋은 건 내 일상으로 들여야 더 행복해진다는 걸 아는 나는 가능하면 자주 가고 그렇게 몇 년째 단골이 된 곳들이 여럿 있다.


사람의 무드와 색이 담기는 것들은 공간 외에도 많다.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의 정서를 알 수 있고 사진을 찍는 것도 같은 것을 찍더라도 느낌과 포커스가 다 달라서 사진 한 장으로 가치관까지 짐작되기도 한다.


필체와 필력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다. 신기하게도 꽃을 만들 때도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성격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래서 누가 만든 꽃인지 맞추는 게 어렵지 않다. 이런 사실이 난 참 재밌다.


어디에든 그 사람만의 냄새가 배고 자연스럽게 색이묻어난다. 역시 모든 것의 주도는 사람에게 있다. 개개인 저마다의 향기롭고 특별한 색깔이 어떤 것보다아름답고 귀하다. 이 글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다.킁킁


그래서 난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알아 갈 때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취향을 탐색한다.킁킁

쓰는 단어, 어투나 어조,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주로 듣는 음악, 여가시간이 생기면 하는 일, 글씨체와 편지를 쓰는지, 사진의 느낌, 즐겨하는 대화의 결들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간다. 신기하게도 알아가다 보면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된다.


취향을 스스로 알고 있는지도 마음을 당기는 중요한포인트이다. 예전에 소개팅을 한 달 정도 매주 했던 적이 있었다.


쟁쟁한 회사를 다니시던 분들이었는데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하는 일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물어보면 성적에 맞춰서 가게 됐고 좋아하는 건 딱히 없다고 그분들이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대답을 하셨다.


나는 그동안 내 색깔이 없어 잘 모르겠어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났었다.


사실 자기만의 색깔을 이미 어딘가에 비추고 있었을텐데 놓쳤을 수도 있고 그 순간을 곱씹어 보지 않고 흘려보냈을 수도 있다.

취향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뭐든지 중간이 좋고 무난한 것도 그 사람만의 색이다.


스스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조금의 노력을 들이면 분명 하나로 귀결되는 모습들이 있다. 자신의 빛나는 부분을 스스로 아는 사람에게 내 얘기도 하고 싶어 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자주 가는 밥집이 뭐가 좋아서 계속 가게 되는지 곰곰이 생각도 해보고 경험이 없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한 거지 싫은 게 아닐 수도 있는데 해보려고 시도도 안 해본 건 아닌지. 주어진 대로 말고 용기 내서 내가 하고 싶은 선택들을 하나씩 쌓다 보면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답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 자체가 색이며 모두 멋지다.
고유의 색을 뿜뿜 하며 살자.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아직 유효한 꿈이 하나 있는데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됐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잘 알고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어렵지만 멋진 이 꿈을 늘 마음에서 잊지 않고 산다.

물을 좋아하는 나는 나이가 들고도 물에서 놀려면 수영을 단계적으로 잘 배워 둬야 하고 그림을 보며 상상하는 것과 파장되는 메시지들을 음미하는 것을 즐거워해 전시를 꾸준히 보러 가거나 그림을 해석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봐야 하고 본질에서 벗어나면 아파지는 나를 위해 항상 중심을 생각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한다. 등등

젊을 때 고생은 다 하고 훗날 삶을 즐기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제 필체와 글에서는 제가 어떤 사람으로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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