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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숲 Nov 20. 2023

나의 보물 일기장

미래에 사는 사람

나의 보물 1호 일기장


나의 보물 중 하나는 일기장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써왔고 바쁠 때는 핸드폰 메모장에 간략히 써두었다가 잊지 않고 다시금 일기장에 감정들을 차곡차곡 기록해 왔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펜 컬러도 정하고 기분 그래프도 간단히 표시했다.


그 시간들이 굉장히 재밌었고 내게 참 중요했던 시간들이었다. 스스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자부할 만큼 글쓰기는 내게 좋은 것들을 많이 겪게 해 주었다. 나의 해우소가 돼주었던 글쓰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러 가지들 중에서 그중 하나가 일기를 쓰는 거였다.


회사 상사한테 크게 혼난 날에는 억울함을 썼고 헤어짐에 너무 아팠던 날에도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썼다. 화가 나서 욕해주고 싶은 날엔 하고 싶었던 욕도 쓰고 이유 없이 꿀꿀한 날에도 왜 그런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써 내렸다. 또 너무너무 행복했던 날에도 이날을 잊지 말라며 펜을 들었다.


글을 쓰면 생각 정리가 된다. 왜 힘든지 어떤 것에 괴로운지 뭐가 즐거운지 어떻게 슬픈지 날 알게 된다. 내 감정의 끝이 이러했구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보인다. 다 쓰고 일기장을 닫을 때면 잘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고 스스로 정리가 돼서 개운하기도 하면서 벅차기도 했다.


몇 년 뒤에 내가 쓴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도 꽤 큰 즐거움이다. ‘아~ 난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어! 이때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써 둔 건데 이거를 했네? 잘했다 나.’ ‘이걸 이때도 하고 싶어 했구나! 근데 아직 못했네? 이렇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지.! 별표.!’

의지를 다져보기도 하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번갈아 보면서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때는 무서웠던 게 하나도 없었네!’ 과거의 날 보며 현실에 타협하는 지금의 나를 좀 더 응원하게 하기도 했다. 순수함은 잃지 말되 현실에 맞춰 주눅 들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자! 고 용기도 나게 했다.


나에 대한 기록을 해두면 좋은 점이 너무나 많다.

과거를 보며 나의 생각들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고 현재를 검열하며 미래를 그릴 힘을 준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내가 뭘 하고 사는지 어떤 생각이었는지 바쁜 세상에 사는 우리들은 놓치게 된다. 생각은 수시로 바뀌고 살고자 하는 방향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오늘을 보낼지 생각하지 않으면 미래에내가 원하는 모습에 닿을 수 없게 된다. 너무도 간단한 진리다.


그러니 과거에 내가 무슨 생각을 했고 무엇을 원했는지 돌아보면서 미래를 그리면 훗날 좀 더 원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라고 난 믿는다. 그래서 내 일기장은 나의 보물 1호이다.


예전에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공감 갔던 대화가 기억에 남아서 찾아봤다.


무엇인가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미래에 있다. 나에 대한 역사의 기록. 일기가 생존에 도움이 된다. 희망 없인 일기를 쓰지 않는다. 나에 대한 애정이고 나에 대한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 일기에는 ‘나는 미래가 없어 우울해’라고 쓰지만 쓰고 있다는 것이 미래에 읽을 나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생각하고 챙기는 엄청난 힘이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펜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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