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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 Jun 13. 2020

자격 있음

 이름 짓기 힘든 욕망과 해갈되지 않는 의구심과 근사하다는 말로는 턱없이 모자란 매혹 속에서 나는

기억하는 모든 것을 낱낱이 묘사하리라, 타인을 무참히 파해쳐 보리라, 나의 비밀을 깡끄리 폭로하고 말리라, 하는 결기를 다진다. 

 물론 잘 알고 있다. 내가 그렇게 곧이곧대로 씀으로써 나의 글은 그 누구에게도 헌사될 수 없으리란 것을.


 되도록 덜 아프게 남을 헐뜯기 위해선 단어를 바꿀 필요가 있고, 눈곱만큼이라도 남아있을 내 체면을 차리기 위해선 걸러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모처럼 잘 빠진 문장이라 버리기가 아깝다.   

 그러니 "글을 쓸 줄 알고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의 소명은 사회 구원적인 데 있다"라는 토머스 머튼의 말은 내게 글 쓸 그 어떠한 정당성도 내주지 않는다. 우선 나는 나부터 구원을 해야겠으니. 


 그럼에도 내게 글 쓸 자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아주 간단히 대답할 수 있다. 

 '쓴다. 내가 그것을 바람으로서.'



Helga Testorf portrayed in Braids by Andrew Wyeth,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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