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양 May 08. 2020

무결

오늘은 되도록 말을 삼가고 싶습니다. 허황된 말 내지는 꾸며낸 말만 늘어놓을 듯하여.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런 못할 짓을 할 수는 없지요. 애초에 나는 당신에게 진정밖에 드릴 것이 없으니. 그것마저 드릴 수 없게 되면 나는 비참할 거예요.


입고 나갈 옷이 없음을 한탄하며 옷장 속의 옷을 헤집듯이, 잡다하게 적어놓은 수첩을 뒤적이며 쓸거리를 찾아보면 뭐라도 건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러지 않으렵니다. 티 없이 맑은 빗방울처럼 지금 내 영혼은 온전하고 무결합니다. 내가 글을 쓰려고 작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Marie Bashkirtseff, The Umbrella, 188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