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말도 전하지 않는 것으로 나의 최선을 다하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 아무런 짐을 드리지 않겠다는 나의 최선 말입니다.
때로는 괜찮냐는 인사를 받기도 버겁지 않습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가벼운 인사치레를 주거니 받거니. 설령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사일지라도 말입니다. 내 상황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가벼운 건 가벼운 대로, 무거운 건 또 무거운 대로 힘이 들고 신경질이 나더군요. 물론 당신은 나약하고 속 좁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나는 나 밖에 잘 알지 못하여 나를 위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위할 뿐입니다.
그러나 나도, 당신도, 문득문득 서로를 생각할 터이죠. 그렇게 마음으로 몇 번이나 묻질 않았습니까. "잘 지내시죠?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당신이 나의 안부인사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그렇다면 부디 이 글을 나의 인사로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글과 함께 실은 이 그림도 함께 받아 주십시오.
나의 시간과 당신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당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의 성격이 다를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과 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고, 당신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오만일까요 믿음일까요.
나는 그저 묵묵히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이 얄궂고 모진 강. 이 강줄기가 나를 어디로 이끌런지 알 수 없지만 당신과 나란히 가보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신실하게 당신의 뒤를 따르고 싶습니다.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요. 그러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