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양 Aug 21. 2020

따로, 또 같이

몇 통이나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께 보낼 편지. 마음으로만 말입니다.

나는 아무 말도 전하지 않는 것으로 나의 최선을 다하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 아무런 짐을 드리지 않겠다는 나의 최선 말입니다.

때로는 괜찮냐는 인사를 받기도 버겁지 않습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가벼운 인사치레를 주거니 받거니. 설령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사일지라도 말입니다. 내 상황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가벼운 건 가벼운 대로, 무거운 건 또 무거운 대로 힘이 들고 신경질이 나더군요. 물론 당신은 나약하고 속 좁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나는 나 밖에 잘 알지 못하여 나를 위하는 방식으로 당신을 위할 뿐입니다.  

그러나 나도, 당신도, 문득문득 서로를 생각할 터이죠. 그렇게 마음으로 몇 번이나 묻질 않았습니까. "잘 지내시죠?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당신이 나의 안부인사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그렇다면 부디 이 글을 나의 인사로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글과 함께 실은 이 그림도 함께 받아 주십시오.  

나의 시간과 당신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당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의 성격이 다를 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과 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고, 당신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오만일까요 믿음일까요.


나는 그저 묵묵히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이 얄궂고 모진 강. 이 강줄기가 나를 어디이끌런지 알 수 없지만 당신과 나란히 가보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신실하게 당신의 뒤를 따르고 싶습니다.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요. 그러면 정말 좋겠습니다.

인생의 길 그리고 예술의 길 위에서. 우리... 따로, 또 같이.



Mikhail Vasilevich Nesterov, Silence, 1903


매거진의 이전글 보내지 못한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