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와 카유보트; 윈도쇼핑과 도시 산책자-
억수같이 내리 퍼붓는 비가 내게 심술을 부린다. 그러면 슬쩍 아케이드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천장이 모두 유리로 덮여 있는 상점들로 종횡으로 뚫려 있어 (...) 이러한 아케이드의 일부는 아주 우아하게 지어져 있으며, 악천후나 이처럼 휘황하게 빛나는 불빛으로 한껏 밤의 정취를 돋우는 밤이면 이곳을 찾아와 한번 산책하고픈 욕망을 부추긴다. - 죽 늘어서 있는 휘황찬란한 상점들 말이다(에두아르트 데브리엔트,『파리에서 온 편지』)
거리는 집단의 거처다. (...) 반짝반짝 빛나는 에나멜 간판은 부르주아의 응접실에 걸린 유화만큼이나 멋진 -어쩌면 더 나은- 벽장식이며, '벽보 금지'가 붙어 있는 벽은 집단의 필기대, 신문 가판대는 서재, 우편함은 청동상, 벤치는 침실의 가구이며, 카페의 테라스는 가사를 감독하는 출창이다. (...) 거리는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도 더 이 아케이드에게 대중에게 가구를 구비한 편안한 실내로 모습을 드러낸다(발터 벤야민).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는 쫑긋 기울인 채 군중이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찾는다. (...) 다른 모든 사람들 귀에는 아무것도 아닐 소음도 음악가의 귀에 닿으면 화성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몽상에 빠진 사색가, 철학자에게도 이러한 외부의 자극은 유익할 것이다(피에르 라투스,『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