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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2시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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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Oct 28. 2024

아파트

낯선 동네, 먼 골목길
하늘 아래 빛바랜 집 하나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문턱 하나로 멈춘 자리


부푼 꿈을 품고 기대었지만
잠시 머무는 바람일 뿐
작은 방은 밤마다 차갑고
설움은 벽마다 스며든다


깨진 싱크대, 덜컹이는 문
갖지 못한 집에 남은 안식은
나를 비껴 떠나버린다


벽에 묻은 희미한 꿈
누군가의 언성에 깨어나고
바닥 끝에 내려앉은 한숨만이
집보다 오래 머문다


옥상 끝에 올라 내려다보니
끝없이 이어진 아파트 숲
그 어디에도 내 자리 하나
빈방은 보이지 않는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창들

그 속에 깃든 쉼이
내 발 디딜 곳 없이
바람처럼 흩어진다


내 방 한 칸, 진짜 내 집은
저 하늘 위에 어딘가
세 들어도 시들지 않기를
오늘도 문 앞에 두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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