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모네 개 구슬이는 누렁이다. 가족이 된 지 8개월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작년 여름 즈음 섬에 나타난 구슬이는 섬에서 태어난 개가 아니다. 큰 이모네 바로 옆 집 사는 사촌 오빠네 두 개도 섬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휴가철이 지나면 섬에는 개가 늘어난다. 섬에 들어가려면 40분 정도 무조건 배를 타야만 하는 곳이다. 당연히 개가 헤엄쳐서 그 섬까지 가는 게 아니다. 놀러 온 누군가가 개를 버리고 간다.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개를 분양받지 않는다고 했다. 휴가철이 지나면 섬에 떠도는 개들 중 친해진 개들이 가족이 된다. 섬뿐만 아니더라도 휴가철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개들이 늘어난다. 2019년 기준으로 한 해에 유기 유실되는 동물 중 21%가 7,8월에 버려진다. 1,2월에 발생하는 수치 12%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된다. 여수의 경우 지난 3년간 여름만 되면 최대 30%까지 유기동물 신고가 늘어났다고 한다.
구슬이처럼 가족이 생기는 개가 아닌 경우, 보호소에 들어가 주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보호소는 빽빽한 경우가 많고, '버리기'위해 왔던 사람들이 키우던 개를 다시 찾아가기는 힘들다. 유실되거나 유기된 동물 중 입양되거나 원주인을 찾는 경우는 10마리 중 1.4마리꼴이다. 안락사를 피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호소에 들어가지 않는 개들은 들개가 되기도 한다. 야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먹이를 찾기 위해 공격성을 띠게 되는 경우 지역 주민들과 가축이 입는 피해가 적지 않다.
소안도에서 떠나는 날, 구슬이에게 친구가 놀러 왔다. 두 달쯤 전 나타난 친구라고 했다. 진돗개 크기의 구슬이보다 훨씬 작은 갈색 포메라니안은 목걸이는 있었지만 목줄은 없었다. 섬에 개가 더 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