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 Regis Mardavall Mallorca Resort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리도 마요르카가 간절했는지 모르겠다. 마요르카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으면서, 그냥 끌렸던 것 같다. 비행기표 예약하는 것도 힘들던 벅찬 회사 스케줄 속에 여행계획을 잡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웠으므로, 일단 가고보자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힘든 일정 속에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마요르카행 비행기에 올라온 몸이 천근만근. 마요르카에서의 첫날은 무조건 호텔에서 푹 쉬어야지 결심하고 예약해둔 호텔로 향하기 위해 예약해둔 렌터카 업체로 갔다. 유럽의 렌터카 회사는 얼마나 느긋한지 렌터카 회사에서만 2시간여를 보냈던 듯하다. 게다가 날씨는 우중충하고 몸은 아파서 축 늘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마요르카는 1년에 흐린 날이 손에 꼽는댔는데 내가 간 그 날이 마침 흐린 날이었다. 몰라. 오늘은 쉬기로 했으니 날씨 신경 쓰지 말자 하고 들어간 세인트 레지스 마요르카 호텔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들어가니 데스크에서 안내해주신 분이 웰컴 드링크와 갖가지 과일들을 가져다주며,
"킴. 미안하지만 한국어는 잘 못해. 영어나 스페인어 독일어, 불어는 다 원활하니 그중 편한 걸로 말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배려심과 서비스에 감탄을 하고.
스페인에서 유명한 카바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술을 못하는 데다 무리한 스케줄 탓에 아팠던 터라 샴페인으로 목만 축였다. 아까워라. 이 먼 곳으로 언제 다시 오겠냐라는 생각으로 즐기고 싶었는데, 이날 따라 목감기라니. 감기로 인해 걷는 것조차 힘들어서 호텔 구경을 못했던 것이 여전히 아쉽다.
호텔에서는 조식만 먹기로 하고 가벼운 산책 겸 저녁을 먹으러 바다 근처 좋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서 무작정 음식을 골라보기로 했다. 한국인 후기가 써진 데로 갔어야 했을까. 마요르카는 대체로 짠 스페인 요리 중에서도 섬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음식을 소금에다 절여 보관하던 풍습이 입맛을 길들여 놓아서 입에 델 수 없을 정도로 짰고 뭐든 달았다.
유난히 비쌌던 저 이름 모를 식당의 음식들이 너무 짜서 거의 못 먹었고 디저트라도 먹자 하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보았다.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작가의 꿀팁으로 어떤 여행지에서나 행복한 선택을 하게 해주었던 "what's your favorite?"을 외쳤다. 비주얼만큼은 끝내주던 애플파이가 한입 물자 마자 설탕 덩어리의 맛. 나중에서야 살펴보니 우리가 달아서 거의 입 대지 못하고 나온 애플파이는 그 지역에서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했던 것이었다. 스페인 음식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잘 맞다고 했지만 마요르카는 조금 달랐나 보다. 휴양지라 너무너무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지만 바닷가 뷰에 분위기만큼은 너무 좋았던 레스토랑(이라 위로해본다).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보상받기라도 하듯 시차 적응할 필요 없이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잤다. 일어나서 슬금슬금 산책하니 조식을 방으로 갖다 줄까 물어보길래 구경할 겸 가서 먹는다고 했다. 식당도 아기자기 귀여웠고 살면서 가본 그 어떤 유명한 빵집보다 맛있는 빵들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