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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ee Aug 26. 2016

가우디 그리고 까사 비센스

  짧지 않은 스페인 여행을 바르셀로나로 채운 이유는 온전히 가우디였다. 흔히 말하는 북유럽의 건조하지만 따뜻하고 실용적인 감성을 좋아하는터라 가우디는 화려함의 극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수업 중 우연히 들었던 가우디의 일생과 자연 그리고 곡선으로 채워진 작품들은 화려함을 넘어서 예술 작품의 끝처럼 다가왔다. 

 무신론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의 존재를 그다지 믿어본 적이 없는 내게 평생을 신만을 위해 살았던 가우디가 궁금하기도 했다. 실제로 가우디 작품 안에서 책도 읽고 산책도 하는 삶을 사는 바르셀로나인들을 동경했기에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을 누비는 것보다 가우디가 그토록 사랑했던 바르셀로나를 마음껏 오랫동안 느껴보고 싶었다. 


 가우디의 작품들은 바르셀로나 곳곳에 박물관, 빌라, 상점 등으로 실존하고 있다. 그라시아 거리에서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골목 구석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도 하고 1-2시간 줄을 서 기다리는 박물관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투어를 해 볼 예정이었다. 책과 라디오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하루 동안 가우디 가이드 투어를 다니며 알지 못했던 가우디의 생을 만나고 싶었다. 가우디의 삶과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자연, 종교, 곡선

 하루를 가우디로 채우기 위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까사비센스. 까사라는 말은 우리말로 '집'이다. 까사비센스는 그러므로 비센스의 집이라는 말이다. 2005년에 유네스코에 지정된 까사비센스는 아쉽게도 방문한 시기에 은행에서 구입을 한 뒤 수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현수막 뒤에 감추어져 있었다. 이 전에는 실제 집 사진이 프린트되어있는 현수막마저 없이 가려져있었다고 하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현수막에 보이다시피 바르셀로나는 적어도 두 개, 친절하게는 세 개의 언어로 설명해주는데 전통어인 까딸루냐어, 스페인어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해 영어로 설명해준다.
중앙에서 조금 왼쪽 위를 보면 파란색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이 집을 구매한 은행의 BI이다. 

 

바로 위에 사진에 어두워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 집은 원래 백조들이 지내던 연못이 있었고, 금잔화들이 흐드러지게 자라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건물을 설계하게 된 가우디는 그곳이 없어져감을 기리며 담벼락의 철장에 백조모양의 울타리를 제작했고, 가우디 건축 양식의 대표적인 표현방식인 타일에 노랗고 작은 금잔화를 오마주함으로써 건물 자체가 자연을 기록할 수 있도록 지었다고 한다.  

 타일은 당시에 굉장히 값비싼 재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비센스는 가우디에게 아낌없이 후원을 해주었는데, 돈이 아주 많았던 것을 떠나서 비센스가 타일 공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역시 예술마저도 운이 좋아야 된다.) 까사 비센스가 은행에 매입되고 난 지금은 공사 후에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했다. 완공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느림의 미학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의 성향을 보아서는 완공일이 불분명해 보였다.


어쨌든, 바르셀로나에 다시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이 유명해서일까. 왠지 가우디 작품에 걸쳐진 크레인은 건물과 동화된 듯 느껴진다. 


 집집마다 특색 있는 건축물들에는 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 국기가 걸려있다. 바르셀로나의 건축물이라면 한 두 개 이상은 꼭 볼 수 있다. 다른 바르셀로나의 바람이 언젠가 꼭 이뤄졌으면 한다.

까탈루냐어와 스페인어. 대부분의 문장들은 까탈루냐어들이 우선이다.
그라시아 거리의 타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닐 때는 가우디의 작품인지 몰랐지.



신은 곡선을 만들었고 인간은 직선을 만들었다. 

가우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말하는 문장이다. 고딕 양식을 통해 끝없이 올라간 직선의 첨탑을 통해 신과 교감을 하려했던 중세의 사람들과 달리, 신이 창조한 곡선을 통해 신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가우디. 그에 대해 앞으로 몇 개의 브런치를 짧은 지식을 통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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