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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ee Jul 31. 2016

어라운드 빌리지

Around village

 무심하게 나를 놓아두고 울고 싶을 때마다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찾게 되는 사람들. 즐겁게 소주 한 잔 마시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릴 때에도 동영상을 찍으며 놀려대는 친구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던 10년 지기들이 하나둘씩 사회인이 되어갈 때쯤 곗돈을 모아보기로 했다. 서로를 위해 함께 여행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돈을 모으기. 적은 돈이지만 지금부터 모은다면 30살이 될 때 전 세계 우리가 가고 싶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여유 있는 돈이기도 했다. 고작 3개월 모은 쌈짓돈을 가지고 앞으로의 여행 계획도 세울 겸 근교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각자 서울, 포항, 안동에서 살고 있었기에 서로에게 공평한 위치를 찾던 찰나에 챙겨보던 어라운드 매거진에서 우리가 여행 가기 딱 좋아 보이는 감성적인 공간을 발견했다. 충북 보은에 위치한 어라운드 빌리지. 이 곳이라면 지금까지 경험하던 시간과는 전혀 다른 흐름 속에 몸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서울 그리고 안동에서 2시간 30분 남짓한 거리이지만 서울에 사는 우리 중에는 아무도 면허가 없었던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3시간 30분을 달려 보은으로 향했다.

 어라운드 빌리지는 시골에 있는 작은 폐교를 개조해 만든 장소이다. 캠핑도 가능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캠핑을 예약했다가는 모기와 더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함이 분명했으므로 우리는 102호 교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여기는 새롭게도 카페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카페로 들어가기 전까지 아름다운 공간이 정말 많았다.



다른 측면에 이 정도 공간이 더 있고, 침대가 하나 더 있었다.
수건을 가지런히 접는 분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모였다 하면 시작되는 할리갈리. 고작 보드게임 하나를 앞에 두고 모두의 손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어라운드 빌리지는 숙소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곳이었다. 뒷 건물로 가면 전시를 하고 있고, 옛 학교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빌리지 자체가 잠을 자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른 방들도 둘러보고.

밤에는 자동으로 불이 켜진다. 실제로 보면 더더 아름다운 풍경들



웬일로 사이가 좋아 보인다. 꼭 지금만큼만 지낼 수 있기를

매일이 함께인 시간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같은 시간을 내는 게 힘들어진 지금. 사진으로 기록해보니 1박 2일이 짧디 짧다. 지나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보다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로 가득해지기를, 현실이 우리가 기대하던 것보다 고달프고 힘들고 엉망일지라도 함께 할 때만큼은 그 시절의 우리가 되기를.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생의 첫 장면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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