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nee Aug 30. 2016

제주는 노랑


"언니, 이번 여행에는 꼭 노란색 옷을 입고와. 노란색 옷이 없으면 머리띠라도 사서 하고 와."

"왜?"

"제주는 노란색이니까."


  번도 생각해   없던 제주는 무조건 노랑이라는 여동생의 말에 피식 웃고, 노란색이랑은 거리가   옷장을 보곤 아무렇지 않게  말을 무시했다.  입던 베이지, 회색, 네이비 같은 단조로운 색들만 챙겨서 제주로 떠났다. 엄마 아빠의 휴가와 맞춰야 했기 때문에 주말을   없어서  먼저 주말을 보내기로 하고 제주로 왔다. 제주는 비가 왔고    같은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됐다.  오는 날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 나름 즐겁게 이틀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동생과 부모님 마중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섰다.   역시 비가 왔다. 나는 괜찮지만 특히 처음 제주를 오는 엄마에게  오는 날씨는 왠지 미안했다. 비가 오기 때문에 가기로 했던 곳을 대체할 계획들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의 지연이 끝나고, 문이 열렸다. 짐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의 개나리색 원피스가 보였다. 키가 170 가깝고 피부가 눈같이 하얀 동생이 개나리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멀리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을 보자마자 ' 아, 제주는 노란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동생과 함께 공항을 나서는데 이게 웬걸, 비가 언제 왔냐는 듯 반짝이는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여행 내내 비가 오기로 한 일기예보로 부모님과 동생에게 괜히 미안해 맘고생을 했는데, 여행 내내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웃기지만 왠지 노란색 원피스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노란색 머리끈이라도 하나 준비할 걸 그랬나.


 제주 도로를 달리는데 동생이 말한다. 왜 노란색 옷을 입지 않았어. 특히 제주의 여름은 노란색인데. 경주는 벽돌색, 서울은 회색, 제주는 노란색이잖아. 단호한 동생의 말에 나도 내년 제주의 여름엔 노란색 옷을 꼭 챙겨 오리라 결심한다. 그러고 보니 아빠의 바람막이도 노란색이었네.




노란색을 준비하겠다고 해놓고, 노란색을 입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동생에게 보내는 노란 유채꽃 엽서.


매거진의 이전글 Queen Mama Maket & Bounda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