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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ee Jul 30. 2017

위로의 식물

day life

 세상에서 벌레가 제일 싫었다. 너무도 유치한 이 문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일 싫었고 지금도 싫고 앞으로도 싫을 예정이다. 이런 내가 역설적이게도 식물에 꽂혀버렸다. 엄마가 "저 꽃 좀 봐. 저 나뭇잎 좀 봐 너무 이쁘지 않니."라고 했을 때 항상 같이 보이던 벌레들 때문에 심드렁하던 내가 어느 순간 식물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하나둘씩 집안을 차지한 식물들에게 이따금 벌레 같은 것들이 맺혀있을 땐 과감하게(온갖 무장을 다 하고, 아주 티끌만 한 벌레일 경우지만) 떼어주곤 하는 레벨까지 진행했다. 


 원래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데려오고 싶었지만 매일 집을 비우는 나는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었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것이었는지 식물들에게 눈을 뜬 것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나를 24시간 내내 필요로 하지 않고 오히려 적당한 관심을 줄 때 제일 잘 자란다. 잎들이 축 쳐져서 물이 필요로 할 때, 혹은 식물에 따라 다르지만 겉흙이나 속흙이 마를 때 물이 아래로 빠질 정도로 푹 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중력을 거스르며 뻗어 올라간다.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눈으로 사람과 교감하는데 식물들은 온몸으로 표현한다. 이런 매력에 빠져 취미라고는 커피밖에 없던 내가 하루 종일 식물들과 대화하며 잘 키우는 법들을 찾아보고 여행을 간다고 하면 식물원들을 제일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넘치는 관심을 주어서도 안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가야 하고 많이 만져서도 안되며 잎을 주기적으로  닦아주어야 하고, 직사광선에 두면 안 되지만 충분한 햇빛이 들어와야 하는 등의 너무나도 섬세한 가드닝 이야기로 식물이 주는 위안과 평온함을 전달해 보고자 한다. 강아지 고양이를 예뻐하던 내가 앞으로 혹시 키우게 될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식물들에게 해코지할 걱정부터 하게 되니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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