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 이야기

대한민국의 난임 부부를 응원하며

by 현재 작가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만들게 되면서 저도 원치 않게 대한민국 난임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40대 중반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나이에 말이죠. 아무도 난임을 꿈꾸지 않고 희망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신혼 생활의 단꿈에 빠져있다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가 생겼다고 축하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40대에도 아이가 생겼다니 생명의 기적이라고 믿고 아이 때문에 웃으며 참고 산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생각지도 않게 올해 2월 중순에 임신했지만 바로 유산이 되었으니 그 기억은 지우고 싶습니다. 유산은 정말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니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이 늦어질 수도 있고, 짝을 만나지 못해서 결혼 자체를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고, 결혼을 했으나 가족 계획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좋은 시절에 결혼을 하고 가족 계획까지 무사히 마친 부부의 삶도 물론 녹록지 않겠지만 난임의 세계는 생각보다 깊고도 놀랍답니다. 저처럼 늦은 나이라서 아무런 선택지가 없어서 또는 결혼한지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난임병원을 방문하면 몇 가지 검사 후에 바로 난임으로 진단받으니, 난임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여성이 지녀야 할 생식 기능이 노화되었다는 것을, 내가 생명을 품기 어려운 메마른 몸인 것을 쉽게 진단해 줍니다. 많은 여성들이 검사 결과지를 받고 나면 마치 암 선고를 받은 것처럼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이가 많고 문제가 있어서 방문한 곳이니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여성성을 모두 거부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직은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도 있는데, 여전히 예쁘게 알콩달콩 가정을 꾸미며 살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세상에서 배척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없어요. 이 시간조차 지나가면 아예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요.” 의사 선생님의 단호한 말은 우리 부부의 마음을 찔렀습니다. 부부의 삶에 꼭 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아이를 낳겠다는 강한 믿음으로 난임병원을 방문한 것도 아니었지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렇게 저도 난임 부부가 되었고,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연히 시험관 시술은 쉽지 않습니다. 여성이 유산을 하게 되면 겪어야 하는 소파술 비스무레한 것을 시험관 시술 주기마다 약하게 한 번씩 겪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것은 순전히 저의 느낌이지 개인차가 심합니다.) 시험관 시술마다 맞아야 하는 자가 주사나 호르몬 약은 여성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황폐하게 만듭니다.


슬프게도 난임병원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간호사도 의사 선생님도 나직하게 이야기하며, 대기실은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저 역시 간호사 선생님과 친해져서 가벼운 농담을 할 때조차도 주변 환자 눈치를 볼 정도입니다. 이 고생을 해서 아이가 찾아와주면 보람도 있고, 기쁨도 있겠지만 아무도 그 때를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수많은 대기실 환자 중에는 진료 결과 더 슬픈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많으니까요.


우리의 나약하고 메마른 몸에 감히 아기 천사가 찾아와 줄지 여전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될까, 올 해 안에는 될까라고 희망 고문만 당하다가 몸과 마음만 상해서 지쳐 떨어질지도 몰라요. 그래도 자신의 몸을 걸고 큰 도전을 하는 대한민국 난임 부부에게 따뜻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적어도 난임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 예산 낭비라고 비난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난임병원에서 일하시는 수많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들과 함께하는 일이 쉽지 않으실텐데도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기적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대한민국 난임 부부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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