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의 시점에서
내 꿈은 신선한 아침,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진한 에스프레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카페라떼 한 잔과 재미있는 책을 하염없이 읽는 거였어.
물론 경치가 이국적이고 낯설어야 하니까 삶의 흔적이 남루하게 흐르는 우리집은 아니어야 하고, 시끄러운 소음 대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가 적당하겠지. 소리와 빛에 민감한 나는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무게만 생각해도 숨이 막히니 사람은 많아봐야 한·두명 밖에는 없어야 해. 배가 고프면 커피 한 잔이 속을 쓰리게 할 수도 있으니까 배고픔을 견딜 수 있게 적당히 채운 위장도 갖고 있어야 하지. 몸에 열이 많은지 자꾸만 입이 바짝바짝 타는 나를 위해 얇게 슬라이스 한 레몬을 띄운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물도 준비되어야 하지. 보기와 다르게 추위도 더위도 견디기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실내 온도도 적절하고 산뜻해야 하지. 왜냐면 어젯밤, 마르다 만 젖은 빨래처럼 무거운 몸을 가시지 않는 습기와 함께 했거든. 어때, 생각만해도 여러 조건을 맞추기 어렵겠지. 그런 날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니까.
꿈만 같은 그런 아늑한 카페에 있으면 읽는 책도 감미로운 노랫소리처럼 귀에 감길거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는 마법의 만년필을 지닌 듯 글도 휘감겨 쓸 수 있을 것 같아. 카페라떼의 고소하고 달콤함에 여러 문제들도 눈 녹듯이 사라지고, 커피 본연의 씁씁한 맛에 무거웠던 마음도 차분히 내려앉을 거야. 치유 받고 회복 받는 나만의 장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네.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바로 오늘 이루어졌지.
부지런을 떤 탓에 적당히 아침밥도 먹고 향기로운 커피숍에 지금 앉아 있거든. 아침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적당한 온도와 채광 속에서 책을 읽고 음악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어. 그런데 왜일까. 여전히 나의 마음은 젖은 빨래처럼 무겁고, 책도 잘 읽히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 의욕도 생기지 않아. 조앤 롤링이 집 근처 커피숍에서 『해리포터』를 쓰기도 했다고 해서, 나도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꿈을 꾸었던 걸까.
결국 카페에서 핸드폰만 만지락거리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온다. 이제는 집을 카페라고 상상하고, 카페 놀이를 해보자고 집으로 향한다. 작가 지망생에게 카페는 커피만 마시고 나올 수 없는 공간임은 확실하니까. 작가 지망생에게 카페는 한줄기 섬광이 스치고 지나가서 뭐라도 끄적거리고 나왔으면 했으니까.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리라. 조앤 롤링처럼 마법의 만년필을 손에 쥐고 마법 같은 글을 쓰는 그 날이 오기를. 그 날을 기다리며 다시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