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를 둔 가족이 결혼을 한다는 것은

by 현재 작가

나에게 결혼은 늘 먼 곳에 있는 일과 같았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당연히 결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결혼과 아이를 꿈꾸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에, 주변 사람의 소개로 나간 우연한 만남에서, 한 남자는 나의 인생에 다가왔다. 비록 완벽하고 멋진 남자는 아니었지만, 인생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였다. 활활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없었지만 우리 방식의 사랑을 했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래서 가정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나와의 결혼은 치매 부모를 동반한, 불화가 가득한 가족과의 결혼이었다. 우리 남편이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 치매 부모도 함께 선택해야 했다. 물론 나는 여러 번 물어보았다. 우리 부모가 이상 행동을 보일 때는 딸인 나도 견디기 어려운데 괜찮겠냐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어느 순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홀로 남겨야 하는 순간이 올 텐데 함께 기다릴 수 있겠냐고.


실제로 우리 부모가 치매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다정한 남매였던 친오빠와 급격하게 사이가 멀어졌다. 부모를 걱정하는 대화는 서로의 노력을 비난하는 화살이 되었고, 부모의 소식을 전하는 대화는 알 수 없는 분노로 화를 내기 일쑤였다. 이제는 서로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뜨면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만 이해할 수 있는, 가끔은 이제는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고 고민하게 하는, 환자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병. 사랑하는 가족도 감당할 수 없는 치매라는 병을 어제까지 남이었던 사람에게 감당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선택에도 책임은 따르고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래도 오빠는 나와 가족 모두 선택했다. 물론 지금도 쉽지 않다. 우리를 가장 많이 사랑해주시고 늦은 결혼을 축복해주신 부모님은 여전히 양날의 검이다. 엄마는 끊임없이 재활용 수거함에서 물건을 주워오며, 아빠는 옷을 갈아입기를 거부하신다. 집안의 물건은 치워도 쓰레기로 넘쳐나고, 집안 곳곳은 환기와 청소를 반복해도 냄새가 진동한다. 아무리 치워도 치워지지 않는, 매 순간 바위를 밀어 올려야하는 시지푸스의 신화라고 할까. 여전히 불화한 친오빠와 그 가족과도 늘 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선 사이에서 끊임없이 말을 검열하고 조심하며, 연락과 만남을 최소화하며 생활한다.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더 힘든 일이 닥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우리 가족이 치매 부모와의 동행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공간을 빌어 치매 부모와 불화한 가족까지 껴안는 용기있는 결심을 해 준 우리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제는 서로 맘에 담지 못할 모진 말을 잊고,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이 시기도 잘 이겨낼 거라고 친오빠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당연히 너무나도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남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진부하지만 하나로 묶여질 그 날을 기대하며, 힘들게 하루를 견뎌내고 있을 세상의 모든 치매 가족도 응원하며,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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