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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 Oct 24. 2019

소비지향인, 씀씀이 박 씨의 기록

씀씀력 만렙, 이젠 제대로 써보려고요.

#1

작심 박 씨로 불리는 내가 2019년 가장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것 중 하나.

바로, 글쓰기 모임이다. 물론 야근으로, 갑작스러운 일들이 겹쳐 매번 출석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꾸준히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이어간 적이 있던가 새삼스러워하기도 했다.

꾸준히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연습을 다짐했지만, 목적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 좋게 말해 연습이지 이제는 글감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을 때 즈음 문득 글쓰기 모임의 이름에서 힌트 아닌 힌트를 얻게 되었다. 무엇을 써 내려가야 할지 염려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것, 내가 제일 잘하고 제일 즐기는 것 나의 사사로운 '씀씀이'를 기록해 나가야지.


#2

소비지향인, 씀씀이 박 씨의 고백


나는 참으로 소비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리 풍족하지도, 부족하지 않지만 무엇 때문인지 끊임없이 소비하기를 즐겼다.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일, 무언가를 계속 곱씹어보며 마음 쓰는 일, 한계는 알지만 미련하게 체력을 버리기 까지. 끊임없이 소비했고, 지금도 여전히 소비하고 있는 중이다.

몸도, 마음도, 주머니가 쉴 새 없이 바빴던 30여 년간의 소비생활, 나는 그간 무엇을 채우고, 비웠을까?

나의 모든 소비에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부터, 부담스러울 만큼 거창했던 이유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정한 소비 합리화 과정이었지만) 

으레 이런 글을 써 내려갈 때면, 나의 지난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거나 새로워지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앞으로의 소비 추진력을 위해 나의 씀씀이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비움을 이야기할 때, 채워나가기 바빴고 

무거워지고 싶을 때, 한 없이 나풀거리고 싶었던 사사로운 소비

그 모든 씀씀이에 대하여


#3

체력 씀, 돈 씀 : 없는 체력 쓰고, 결국 돈 썼다.


씀씀이 하나, 체력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까웠던 씀’


사회생활 7년 차.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최대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물리적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고 결국 정신도 육체도 모두 써버린 그런, 눈물겨운 결말.


서른을 넘긴 이후, 외면하려 해도 절로 느껴질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 할 노력을 하지 않아서인지 가속도가 점점 붙는 기분이었는데 올봄, 그래도 회사 밖만 나가면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회복되는 그 무언가도 찾아오지 않는 거다. 확실히 이상했다.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며 노는 건 식은 죽 먹기였는데 정확하게 밤 9시 즈음이 되면 골골대며 귀가하기 바빠졌다. 어설프게 하던 운동을 잠시 관둬서일까 싶어,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보았지만 피로는 더 심각해졌다. 그즈음 건강검진을 했다.


몇 주 뒤 받아본 검진 결과지엔,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는 경고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갑상선은 피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의미겠지만, 또 검사라니 하는 생각에 지레 겁먹고 가장 불필요한 행동인 '지식 in' 자가검진으로 그 불안감은 더해갔다. 얼마 뒤, 추가 검진을 받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위험하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조금 약할 뿐. 대신 지킬 수 없는 미션인 '피로하지 않기, 무리하지 않기'를 진단받았지만...... 


씀씀이 둘, 한 끼의 영양제와 운동

‘씀씀이는 또 다른 씀씀이를 낳고... 체력 쓰고 돈 쓰고’


스스로를 매우 어여삐 생각하는 나 답게, 곧바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씀씀이를 꾸려갔다.


아까운 줄 모르고 쓴 체력 덕분에 매번 유통기한 내 다 먹지 못했던 각종 영양제를 또다시 사모으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커져버린 씀씀이랄까? 종합비타민 하나로도 충분하던  때는 어디 가고 비타민, 마그네슘, 오메가 등 이리저리 챙겨두고 보니 한 끼가 거뜬한 약 뭉텅이. 이 큰 씀씀이 덕분에 요즘은 두둑이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종목의 운동을 스쳐지나왔고, 이번에도 호기롭게 새로운 운동을 등록했다. 이번 씀씀이를 위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양한 이유들이 매우 쉽게 쏟아져 나왔다. '내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말이야~' , '회사에서 너무 화가 나서 명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니까??', '서른이 넘어가니까 체력이 예전 같지가 않아' 그럴싸한 이유들도 이렇게나 많겠다. 

나의 씀씀력은 각종 영양제에 이어 부지런하게 ‘요가’까지 그 영역을 쭉쭉 확장해갔다. 요가원 등록에 앞 서, 그 핑계로 요가복 쇼핑도 한 것 제대로.


이번에도 제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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