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김병태, 생소한 이름의 작가다. 일본에서는 그의 전시회가 아홉 번이나 열렸지만, 한국에서는 2014년 예술의전당과 2015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가 전부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다소 낯설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사진을 국내 사진가인 그가 촬영했기 때문이다. 주된 촬영 지역은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이곳에서 김병태 작가는 대자연과 호흡하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야생동물에 대한 사랑은 그가 처음 사진을 찍을 때부터 시작됐다. 1988년 첫 월급으로 니콘 F3를 구입했고, 이 카메라로 금호강과 낙동강에 있는 철새 사진을 찍어 환경부에서 주최한 환경사진대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돌연 아프리카 케냐행을 결정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3년의 일이었다. 남들이 가기 꺼리는 곳에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 동물의 왕국으로 잘 알려진 케냐가 당시 심취해 있던 사진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아프리카에서의 정착을 결심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그곳에 순응한 채 순리대로 살아가는 야생동물에 매력을 느낀 것이 작업의 발단이었다. 1993년부터 틈틈이 야생동물을 찍었지만,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시간을 내서 개조된 사파리 전용 4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촬영을 떠난다. 촬영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세우고, 야생 환경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했다. 날씨라든지, 동물의 이동과 습성을 사전에 파악하지 않으면 허탕을 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동물에게서 멀리 떨어져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사진과는 다른 생동감이 느껴진다. 누떼의 이동, 가까이서 마주한 표범의 눈, 동물들의 영역 싸움 등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자동차 안에서 촬영한다고 하지만 지붕과 창문이 항상 열려 있어 맹수들이 접근해오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느 날은 표범이 자동차 보닛 위에 갑자기 뛰어 올라왔다. 김병태는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밀었지만, 운전기사는 겁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고 한다. 기사가 무언가를 얘기하려 했지만, 촬영에 온통 집중한 그의 귀에는 들릴 리가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그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차는 운전석 위쪽부터 뒤쪽까지 개방되어 있어서 표범이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표범은 특히 사나운지라 조심해야 하는 동물인데,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섬뜩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작가는 강자도 약자도 없이 그저 주어진 대로 열심히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자연의 섭리를 깨달았다. 그의 사진이 거칠고 광활한 야생을 담고 있음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자연의 순리대로 열심히 삶을 사는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사진이 물질문명에 젖어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오늘도 김병태는 태초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프리카의 순수한 대자연 속에 녹아들어 조화로운 삶을 사는 동물들의 모습을 쫓고 있다. [2015.11]
김병태 주로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는 작가로서 모리오카(2013), 이바라키 공항(2012), 나고야(2010) 등 일본에서 아홉 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한국에서는 예술의전당(2014)과 대구문화예술회관(2015)에서 두 번 개최했다. 현재 케냐한인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