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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니 Nov 24. 2020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그림인가?

(feat. 프린트베이커리, 핀즐)

최근 그림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사과와 해바라기 그림이 집 안에 있으면, 금전운이 높아진단다. 이와 같은 그림은 정말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인테리어 풍수’ 관련 궁금증을 풍수지리학자인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천 원권 뒷면에 있는 겸재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풍수지리란 무엇인가. 풍수지리가 너무 재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원론적으로 ‘풍수’보다는 ‘지리’가 맞다. 해방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지리학’과의 혼동을 피하고자 ‘풍수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풍수지리의 방점은 사람이 어떻게 자연(산과 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지 탐구하는 데 찍혀있다. 사람이 거주할 곳을 아무 곳에나 정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나라에선 서울(한양)과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이 명당으로 꼽힌다. 특히, 서울 경복궁은 배산임수(집 뒤로는 산이 있는 높은 지대 + 집 앞은 물이 잘 흘러갈 수 있는 낮은 지대)와 좌청룡(낙산)·우백호(인왕산)·북현무(북악산)·남주작(남산)이 잘 어우러진 명당 중 명당이다. 현대적인 개념에서 ‘풍수지리’는 ‘건축·조경·토목’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서양의 ‘건축·조경·토목’은 기능주의적 관점(편하고, 안전하게)에, ‘풍수지리’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은 좋은 인물을, 물은 재물을 가리킨다. ‘큰 물에서 놀아라.’라는 말이 있다. 물이 많다는 건 물고기, 즉 먹거리가 풍부함을 의미한다. 양질의 정보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찌 됐든, 사람은 부귀(富貴)를 바라니까. 현대사회에서 재물에 큰 관심을 두는 건 당연지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믿을 건 결국 재력이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는 풍수지리를 잘 이용해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건물을 유심히 살펴보라. 물과 숲이 잘 보이도록, 트럼프는 주변보다 건물을 높게 세웠다.


양택삼요(陽宅三要, 대문과 안방과 부엌의 조화)가 풍수지리에서 중요하다는데?

본디 대문(현관)은 사람이 아닌, 기(氣)가 드나드는 통로다. 건강과 돈이 들어오는 길이란 뜻이다. 지금은 인터넷 뱅킹으로 하지만, 예전엔 대문을 통해 월급봉투와 쌀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안방이다. 이곳에서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니까. 쾌적한 곳에서 재충전해야 생각하는 바가 달라진다. 예전엔 부엌에 신경을 썼지만, 지금은 아니다. 요즘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아침밥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과 저녁은 대게 밖에서 먹는다. 집에서 먹더라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다반사고. 대신, ‘화장실’ 관리를 잘해야 한다. 옛날엔 밖에 있던 화장실이 이제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화장실을 사람에 빗대면, 항문에 해당한다. 입은 현관, 거실은 내장이다. 항문이 벌어지면, 사람은 죽기 마련이다. 변기 뚜껑은 항상 닫아두는 것이 좋다. 물이 내려간다는 것은 곧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화장실에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트럼프 아파트가 분양 때 큰 일기를 끌었던 건, 화장실을 호텔급으로 만든 덕분이다. 미신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독일과 러시아는 우리나라보다 풍수지리를 더 적극적으로 삶에 적용한다. 한편, 비슷한 예로, <세조실록>부터 동대문의 이름이 흥인문(興仁門)에서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흥인문 사이에 ‘갈 지(之)’를 넣어 수구(水口)가 멀어 지반이 취약했던 것을 보완하려는 목적이었다.


잠을 잘 때 머리가 북쪽을 향하면 안 된다든지, 수맥을 피해야 한다든지 같은 일상 속 이야기의 진실도 궁금하다.

머리가 북망산을 향하면 안 좋다고 한다. 이는 철저히 중국 관점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중국에서 사람이 죽은 뒤 가는 곳과 우리나라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반면, 일본은 남쪽으로 머리를 두지 말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일본 도읍지는 남에서 북으로 이동했는데, 그 결과 남쪽에 임금(天皇, 덴노) 무덤이 많이 생겼다. 차라리 머리는 벽을 향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을 때 방문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머리가 방문 쪽을 향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한편, 수맥은 풍수에 없는 말이다. 물길을 찾는 행위는 서양에서 집을 지을 때 필요한 것이었다. 낮은 지대에 집을 지었던 우리와 달리, 서양 사람들은 높은 곳에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수맥 개념이 등장한 건 천주교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당시 사람들은 서양 신부들 어깨너머 수맥 찾는 방법을 배웠다. 1960~70년대 가뭄 극복을 위한 관정(管井, 둥글게 판 우물) 개발과 경제 재건 때 수맥이 큰 역할을 했던 건 맞다. 이후 1980년대 들어서 먹고사는 게 나아지니까, 수맥이 건강과 교육으로 이어졌다. 수맥으로 인해 건축물이 무너지고,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이때부터 나왔다. 하지만 건축물이 무너지는 건 부실공사 탓이요, 수맥은 사람의 길흉화복과 관계가 없다. 아파트 15층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아래층에서 수맥 방지용 은박지 혹은 동판을 깔면, 수맥이 막히지 않을까. 그런데 누군가는 수맥이 중간층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 어불성설이다.


풍수지리는 사회·역사적 개념이다. 옛날 개념에 고집하는 것은 죽은 풍수다. 대다수의 풍수지리 책이 일본과 중국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 우리 문화와 맞지 않는다. 시대 변화 속에서 풍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인문학이 죽은 건 시대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해서다. 개인적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한의사가 400년 전에 출간된 동의보감을 언급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더라.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은 발전했고, 먹거리가 달라지면서 사람들 체질이 변했기 때문이다.


‘프린트베이커리’가 소개하는, 인테리어 할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품 Best 5 그리고 인기 이유


인테리어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풍수지리 인테리어’의 지향점은?

피흉취길(避凶就吉),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멀리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삼견·삼불견(三見·三不見)’이다. 먼저, 문을 열었을 때 화장실과 부엌, 큰 거울이 안 보여야 한다. 건강, 명예, 재물 관련 운이 문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빨간색과 녹색, 그림이 보이면 좋다. 집안 분위기가 좋아지고, 재물이 번창하며, 안목이 좋아져 귀인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은 고채도 계열이 효과적이다. 에너지와 즐거움, 행운을 불러온다. 특히, 노란색은 수면을 촉진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담으로, 알렉산드로 멘디니에게 고채도 작업을 많이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잘 팔려서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 성별, 직업에 따라 권유하는 그림이 달라지지만, 주로 모란을 걸어두라고 한다. 색과 향이 화려한 모란은 예로부터 무병장수와 부귀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또한, 신혼부부에게는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를, 어른들에게는 장수를 의미하는 푸르른 소나무를 주로 추천한다. 문에 종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종의 은은한 소리가 집안 파장을 변화시킨다.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한다. 아무리 고가의 보석도 빛을 받아야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인테리어 풍수 역시 정신을 드러내서 사람에게 감흥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풍수의 역할이다.


얼마 전 쓴 글에서, 중국 송나라 화가 곽희(郭熙)의 말 - “산림에서 휘파람 불면서 한가하게 걷는 것은 누구나 동경하는 바이나 늘 그럴 수는 없다. 만약 훌륭한 화가를 얻어 자연을 그럴듯하게 그려 낸다면 집을 나가지 않고도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산(자연)을 화폭에 담는 본래 뜻이다. - 을 인용했다. 예전부터 ‘그림 풍수’가 존재했나?

겸재 정선의 그림을 봐야 한다. 그는 풍수를 알았다. 지갑에 있는 천 원짜리 지폐를 살펴보길 바란다. 지폐 뒷면에 겸재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시냇가 위에 조용히 사는 그림)>가 있다. 먼저, 겸재는 인테리어를 실용적으로 접근했다. 물이 흘러 건널 수 없었던 양쪽 지역에 다리를 놓은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배가 놓인 방향도 흥미롭다. 일을 마치고 들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재물이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올곧게 그려진 산과 그 앞을 흐르는 물이다. 앞에서 말했듯, 산과 물은 부귀를 상징한다. 기가 생동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다. 그렇다고 전통 산수화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조방원과 황주리의 그림을 좋아한다. 자연과 어울려 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이들 그림처럼,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인테리어가 아닐까.


굳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사진, 설치 같은 작업도 괜찮을까? 혹자는 인물화나 추상화는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없으므로 피하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드라마 <스카이캐슬> ‘쓰앵님’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몬드리안 추상화를 벽에 걸라고 하더라.

인테리어 풍수의 지향점은 조화로운 공존, 편안한 삶이다. 개별성, 구체성이 중요하다. 앞서 어른들에게 소나무 그림을 주로 추천한다고 했지만,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되레 가족사진, 손주들이 그린 그림이 어른들에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화나 추상화도 비슷한 이치다. 추상화의 경우 구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다. 또한, 철학은 현실을 개념화한 것이다. 개념이 구체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공허하지만, 이를 충족하면 정신적인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설치 작업의 경우, 이미 우리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체험했다. 1만㎥ 이상 건축물을 지을 때 회화, 조각 등의 작품을 설치해야 하는 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잠시 지난날을 떠올려보자. 건축물 안팎에서 작업을 마주할 때마다 늘 좋은 기운을 얻었나. 분명, 불쾌함을 느낀 적도 있었을 것이다. 건물 분위기라든지, 목적에 따라 작업을 선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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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과일 그림/사진이 있으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소품으로 과일 작업을 자주 활용하더라.

과일은 좋은 소재다. 결실과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과육은 ‘먹는 것’을, 씨는 ‘부활과 재생’을 의미한다. 더욱이 과일은 고채도의 색을 자랑한다. 재물, 에너지, 즐거움, 행운 등을 불러오는데 제격이다. 다만, 맥락도 모른 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일 작업이 도움이 안 된 사례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제작 업체에서는 확신에 찬 목소리만 내세울 뿐. 그렇기에 ‘개별성’과 ‘구체성’을 유념해야 한다.


거주자와 작품을 제작한 작가와의 궁합도 중요할까?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우스갯소리로 시와 시인의 사생활이 일치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하지 않나. 중국 산수화는 작가가 그림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작가와 작업을 구분하라고 한다. 물론, 성격은 별로였으나, 그림 하나만큼은 굉장히 훌륭했던 동기창(董其昌) 같은 예외도 있다. 풍수의 역할은 사람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개인적·공간적·시간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해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풍수는 없다. 공동체를 번영에 이르게 하고, 갈등 완화를 목표로 해야지, 자기 것을 주장하고, 남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 

[2020. 11]


김두규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독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공식적으로 독문학에서 풍수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 ①=작업 설명, ②=인기 이유 ]


프린트베이커리 미술품이 소수만의 ‘비싼 것’이 아닌, 더 많은 이들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값진 것’이 되길 바라며 태어난 서울옥션의 미술 대중화 브랜드다. ‘프린트베이커리(Printbakery)’는 마치 베이커리에서 빵을 고르는 일상처럼, 미술품을 누구나 즐겁게 감상하고 부담 없이 소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www.printbakery.com


핀즐 아트 콜라보레이션, 아트 콘텐츠 및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핀즐(Pinzle)’의 매력 포인트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정기구독을 하면, 영화와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것처럼, 매월 새로운 작품과 해당 아티스트 정보가 담긴 매거진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www.pinz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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