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내
<버블의 때>는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세입자)과 주거 공간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측정’하는 작업이다. 중심에 최근 논쟁거리인 30대의 ‘패닉 바잉’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의 흐름 속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지금, 이시내는 집에 대해 어떤 기준을 세우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요소에서 출발한 <버블의 때>는 세입자 인터뷰와 그들에게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대량생산된 디자인 상품’과 ‘획일적으로 생산되는 아파트 인테리어’, ‘전셋집이라는 환경적인 제약 속에서 개인이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한계’를 연구하는 데 의의가 있다.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다시 말해, 대다수가 금싸라기 땅 위에 세운 ‘나만의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현실은 디스토피아라는 의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뿐이리’라는 노랫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작은 집조차 갖기 힘들뿐더러, 누군가에게 빌린 ‘한시적’인 내 집에 가더라도 나의 취향은 밀려나기 일쑤다. ‘풀 옵션’으로 유혹하는 전셋집 구조는 여기나 저기나 비슷하고, 심지어 이전 세입자와 현 세입자의 취향이 맞물릴 때도 있다. 작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업의 앞면과 뒷면을 이용, 서로 대조되는 내용을 배치했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공산품(브랜드 아파트) 거주를 목표로 하는 우리 삶도 여느 공산품처럼 몰개성한 존재로 찍어 내지길 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2020. 11]
이시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글래스고 예술대학원 예술학 실무석사과정 졸업. 대량생산된 디자인 상품과 획일적으로 생산되는 아파트의 인테리어, 또한 전셋집이라는 환경적인 제약 속에서 개인이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한계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