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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니 Nov 01. 2020

게슈탈트 / 우아학

김경봉

김경봉은 <우아학>에서 쓰임새를 다해 버려졌지만, 되레 ‘우아함’을 뽐내고 있는 대상들을 주목하고 있다.


게슈탈트 Gestalt

개체는 대상을 지각할 때 그것을 산만한 부분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 즉 ‘게슈탈트’로 만들어서 지각한다고 하였다. 특히, 어떤 상황 속에서 자신의 욕구나 감정, 환경조건과 맥락 등을 고려해 가장 매력 있는, 혹은 절실한 행동을 게슈탈트로 형성한다. 흔히, 게슈탈트를 파레이돌리아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곤 하는데, 게슈탈트는 형태주의의 한 ‘개념’이요, 파레이돌리아는 심리 ‘현상’이다.



일견, 거리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하나의 오브제로 인식되지만, 자세히 보면 몇 개의 대상들이 모여 ‘세련되고 아름다운’ 완전체를 이룬 듯한 모습이다. 김경봉의 <우아학>과 마주하면, 게슈탈트 심리학 –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 요소적인 감각이나 감정을 분석하는 것만이 과학적이라는 것은 하나의 편견이니, 있는 그대로 현상을 봐야 한다 등 – 이 떠오른다. ‘게슈탈트 전환’의 대표적인 작가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참고해보라. 인물과 정물 차이는 있지만, 형식적으로 묘하게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경봉은 <우아학> 속 대상을 ‘그것’이라 지칭한다. 여기서 ‘그것’이란 버려진 물건, 바로 ‘쓰레기’다. 쓰레기라 적시하면, 1차원적일 것 같아서 우회적으로 표현했단다. 더욱이 비록 하찮은 존재지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우아하지 않은 것을 우아하게 묘사한 반전 매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녹슨 못과 나무 옆에 뿌리를 내려보겠다고 자리 잡은 씨앗, 장판 틈을 비집고 나온 식물 등등.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고, 손대면 금방이라도 툭 하고 쓰러질 것 같은 것이 <우아학>의 첫인상이다. 초기 작업 - <Adjustment Mechanism>, <Complexe Thread> - 에서 감지되는 ‘예민한 감정’이 반영된 듯하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처럼 ‘우울과 불안’을 극대화한 모습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경봉은 “불안정하면서 익숙한 장면을 물리적·심리적 개입 없이 기록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쓰임새를 다해 버려졌고, 그래서 오랜 시간 방치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환경과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순의 미학’을 담아낸 셈이다. 마치 김춘수가 그를 호명했을 때 ‘꽃’이 된 것과 같이, ‘쓸모없음’이 ‘쓸모있음’으로 치환된 모양새다. 사실 <우아학>이 이러한 ‘기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그것’을 ‘기억’해보라는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세상사 인간이나 물건이나 용도(≒직업)를 다했다고 해서, ‘나란 존재의 쓰임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2020. 10]




김경봉 감정과 시선의 흐름을 이용한 작업, 오브제를 수집해 또 다른 기억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8년 <신세기 사진 공모전(New Cosmos of Photography)> ‘Honorable Mention’ 수상.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졸업. kimkyungbong.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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