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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니 Oct 13. 2020

점, 선, 면 그리고 패턴

이경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도시 서울. 사진가 이경준은 서울의 어떤 모습을 포착하려고 도심 속 높은 빌딩을 올랐던 것일까.



유기적 관계 속 다양한 패턴

대학원 재학 시절 이경준은 우연한 계기로 사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당시 대학원 공부에 지쳐 있던 그에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높인 빌딩과 호텔에서의 촬영 시간은 잠시 동안 허락되는 일탈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무심코 건물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로 위의 차선, 교통 표지판, 횡단보도 신호등의 변화에 따라 어디론가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패턴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틈틈이 서울의 패턴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했던 그에게 사진 촬영은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로 다가왔다.


작은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이경준 사이엔 그 어떤 접점도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서울이라는 무대를 배경 삼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는 오늘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의 시선은 사람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주 무대인 건물로 옮겨졌고, 건물 주변의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패턴까지 담아내기에 이른다.



패턴 속 점처럼

하이앵글을 통해 대상을 평면화하는 것이 인상적인 그의 사진 속에서 사람들은 익명성을 얻는다. 작은 점처럼 묘사되기에 그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또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은 굉장히 자유롭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들을 패턴 속 점으로 인지하니 도심 속 사람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넓은 시선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직면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이경준이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2018. 05]




이경준 도시 생활이 만들어내는 모양새에 관심을 갖고, 도시의 지형지물과 도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4년 캐논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INDIFOTO - Open the Door>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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