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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의 밤, 무형의 남

효연 산문 7

by 박효연

존재하는 나, 존재하는 낮

무영의 밤, 무형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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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걸 좋아하고,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존재하는 나는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


누군가 강제한 것도, 권유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 존재하는 나는 내가 아닌 공간에서만 분리된 채

무형의 남이 되어 나를 드러낼 수 있다.


나의 아침을 보는 이들은

내가 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했고

나의 밤을 본 이들은 나의 낮이 거짓이라 말한다.


밤이 와야 동이 틀 수 있음을

모르는 이가 없음을 안다.


그렇다면 나의 낮과 밤이 공생하며 공존하는

실체인 것 또한 모르는 이가 없는가?


존재하는 나, 존재하는 낮

무영의 밤, 무형의 남


이러한 이면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임에도

당신들은 보이는 것에 믿는 것에 집착한다.


낮과 밤이 동존하는 박명의 시간은

늘 이상하리만치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그 어떤 시간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또다시 어둠이 짙어지고, 날이 밝는다.

선명히 존재하는 낮이 지고, 무영의 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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