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 산문 6
“아파트에도 황혼이 깃든다.”
물드는 삶.
나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라 자만했다.
나의 인생도 물든 것인 줄 모르고.
나는 남들보다 수용이 빠르고, 물드는 것이 쉬운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깨끗한 하얀 도화지이기에 물들기 쉬운 것이라 격려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아 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없이 흔들리고 물드는 것이라며 꾸지람했다.
격려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땐 물들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꾸지람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땐 수용을 멀리했다. 그 행위조차 물 드는 것임을 모른 채.
나를 비춰주는 사람들에 물들여진 결과물이 바로 나였다.
너무 많은 것들로 색이 가득 차 우유부단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자는 나의 색을 더 진하게 해주는 사람들이었고,
후자는 나의 색을 덮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전자의 사람과 동행하기로 했다.
그들은 늘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응원을 전하는데, 그 안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담겨있다.
그들의 사상에 물드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응원이 내게 녹아드는 것이었다. 그 응원이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난 그것들로 하여금 부러진 날개를 고치고 비뚤어진 가방을 고쳐 맨다.
자신의 것을 내어주어 날 물들여 준 이들 덕분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수없이 추락해도 다시 비상한다.
그 어떤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아파트도황혼이 깃드는데 유약한 우리라고 아무것도 깃들지 않을까?
물들지 않을 수 없다면, 어떻게 물들지 선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