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 산문 12
엄마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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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엄마의 인생이 늘 하지에 오래 머무르길
바라본다.
엄마와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들고 있던 헤드셋을 떨어뜨렸다. 엄마는 헤드셋을 주우며 본인이 쓰고 갈 테니 음악을 틀어 달라고 말했다. 내가 듣는 음악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싶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무슨 노래가 듣고 싶어?”
“나는 혜은이 노래가 좋아~ “
혜은이 님 노래 중 가장 인기 많은 곡 ‘당신은 모르실 거야’를 틀자 엄마는 우리가 노래에 빠져들듯 노래에 녹아들었다. 저녁 8시가 되면 드라마를 놓칠 수 없다며 어김없이 집으로 향하던 엄마였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집을 지나쳐 근처 놀이터 벤치로 향했다. 엄마는 그곳에 앉아 눈을 감고 한참을 흥얼거리거니 좋다는 말만 연신 늘어놓았다. 그 장면이 나에게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아 지금은 고장 나 버려 버린 10만 원짜리 싸구려 카메라를 들고 엄마의 모습을 담았다.
“엄마 내가 찍어줄게 그냥 노래 듣고 있어 봐!”
엄마는 내 말이 들리기는 하는지 그저 끄덕거리며 노래를 들었다.
문득 엄마의 청춘은 어땠을까? 궁금해짐과 동시에 엄마의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청춘을 누구 마음대로 10-20대에 국한하는 걸까.
죽음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듯 청춘과 황혼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내가 이 문장을 어느 이야기를 쓰며 적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엄마의 청춘에 쓰일 거였나 보다.
10대에도 죽고 싶고 20대에도 죽고 싶다.
우울은 청춘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50대에도 죽고 싶은 이가 있고, 70대에도 죽고 싶은 이가 있다.
왜 우리는 젊은 죽음에만 귀를 기울이는가?
우린 왜 청춘에 항상 목말라 있으며, 청춘을 나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마음대로 재단하고 있는 것 인가?
10대, 20대가 마냥 청춘은 아니듯, 중장년도 마냥 황혼은 아니다. 여전히 어디선가 타오르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인생이 늘 하지에 놓여있기를 바라본다.
-2021년 5월 3일 나의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