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산문 1
불에 타는 것과 녹이 스는 것은 같은 화학반응이라 한다. 잘 잊고 잃어버리는 성정을 가진 내가 2년 전 읽었던 책에서 겨우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열기가 가시지 않은 지면을 피해 그네에 몸을 맡겨 바람을 탔다.
일정 높이 이상 부양하자 두려웠다. 나의 두려움은 추락을 생각함에서 파생되었다.
우리 집 근처 놀이터의 그네는 나무와 맞닿아 있어 그것을 타고 날아오를 때면 내 발 끝과 나뭇잎이 끝내 닿을 것만 같아 더욱 힘차게 발길질을 해오며 탔던 그네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아무리 힘차게 발길질해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고, 내가 선망하는 연둣빛을 품고 있는 나뭇잎에 닿기 위한 힘찬 발길질은 나를 더 높은 곳에서 추락하게 할 행위였다.
그래도 계속해서 힘차게 발길질했다. 심장이 오르락내리락 그네와 함께 움직였다.
그네에서는 녹이 슨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두렵다 외치는 내 머릿속의 생각들도 그네의 삐걱거리는 소리처럼 녹이 슬고 있다 알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나를 태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오늘은 나를 태우는 행위가 어쩌면 더 빨리 녹이 슬게 연소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나는 늘 괜한 기우를 걱정하므로 스쳐가는 생각을 잊어보고자 했으나 오는 길 내내 그네처럼 부양해 고개를 드는 생각에 그저 빠르게 연소만 되지 말자 내가 나를 잘 갈고닦아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쓰임이 있어 소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살며 녹슬지 않도록 여러 감각들을 자주 깨우자 다짐했다.
언젠가 이런 다짐을 했다는 것을 나는 또 잊겠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