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 산문 17
나는 경찰관도 소방관도 개그인도 아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그게 주로 어떤 일이냐면 댓글을 남기는 일이다.
어떤 콘텐츠를 보면 사뭇 뜬금없이
너무 힘들었는데 이 글을 읽고, 이 영상을 보고,
이 만화를 보고 위안이 되네요 라는 댓글을 보곤 하는데 그런 글에 난 가끔 댓글을 남긴다.
오늘은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란 없다지만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쭉 지옥에 머물게 되는 거니 도망쳐 나아가라고 했고, 언젠가는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을 포기하고 잡다한 일을 한다고 해도 네 세상에는 큰일이 나지 않는다고도 말해주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게는 너무너무 이쁘다고 다른 말은 신경 쓰지 말라고 나는 당신의 마음 씀씀이를 안다고 했다.
내 말이 그들에게 잘 닿을지는 몰라도 힘껏 마음 담아 외친다 죽지 말라고,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하늘에 한번 더 외친다.
제 행운을 조금 떼어다가 저분 주세요.라고 내가 그렇게 나눠준 행운으로 아마 내 행운이 다 닳았을지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버스정류장 뒤에서 나물을 파시는 할머니를 보며 늘 제 행운을 조금만 떼어다가…, 제 행복을 조금만 가져다가 저분들 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친 지 오래되었으니까.
내가 글 한 번 적는 거로 누군에게 아주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었다면, 조금이라도 나쁜 생각을 덜 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온 마음 담아 댓글을 적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증오하고 화나는 마음을 담아 욕을 한다면 누군가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온 마음 담아 위로하고 격려할 수도 있는 거니까.
댓글을 적고 나면 내 마음에 돈이 쌓인다.
그렇게 난 나에게 뿌듯함을 느끼고 인정을 받는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댓글 알바는
오늘도 촘촘하게 내 마음에 부를 쌓는다.
이렇게 모아 둔 건 언젠가 내가 나를 싫어하게 될 때 조금씩 지출할거다!
그러니 꾸준히 예금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