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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잠들지 않는 밤

효연 산문 16

by 박효연

행복에 겨울 땐

잠이 잘 온다.


불행에 벅찰 땐

잠이 달아난다.


쉬이 잠들지는 못하지만

기꺼이 잠을 청할 수 있는 날은

보통의 날이다.


잠은 청해야만 올 수 있나?

그것을 얼마나 기다려야 청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걸까?


춘하추동 사계절 중 잠이 가장 잘 오는 날은 행복에 겨울 때이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은 겨울에 가장 잘 느껴지니까 그래서 겨울 아침이 유독 일어나기 힘든 계절인가 보다.


꿈에서 달아나기 싫으니 자신의 이불을 놓아주지 못하고 다시 그 포근함에 몸을 맡기는 것은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함은 아닐까.


가장 추운 계절에 다가온 따스함이 유독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춥기 때문이다. 삶이 따뜻하고 안온하면 그것은 간절해지지 않는다.


나를 버려서까지 무엇인가를 못 견디게, 간절하다 못해 집착하게 된다면 내가 추위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불 온전한 나로 살고 있지 않은지 점검의 시간을 갖고 그것을 놓고 정리해 나아가야 한다.


행복에 겨울 때라도 겨울에 머무르면 봄은 오지 않고, 잠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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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때 라는 말은 문학적 허용 표현으로 썼음을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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