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 산문 18
겨울은 춥지만 따뜻하다.
여름은 맹렬하지만 차갑다.
겨울은 차니 내 안의 열기를 더 담아두고
여름은 더우니 내 안의 열기를 내보낸다.
겨울을 생각하면 눈 추운 바람 시린 코가 생각났는데
언제부턴가 겨울을 생각하면 따뜻한 것들만 생각난다.
따뜻한 붕어빵, 찰진 옥수수, 뜨거운 어묵국물
안락한 내 방, 맞닿은 손의 온기.
반대로 여름에는 차가운 게 생각난다.
선선한 밤공기, 시원한 에어컨 바람,
달달한 빙수, 맹렬한 햇빛으로 빠르게 녹아 티셔츠에
한 점의 얼룩이 되고야 마는 아이스크림.
이제는 여름이 되면 차가운 게 생각이 나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게 생각이 난다.
겨울은 어디에서나 따뜻할 수 있지만,
여름에는 뜨거울 순 있어도 따뜻할 순 없다.
여름은 쉽사리 짜증이 나지만,
겨울은 쉽게 마음이 따스해진다.
표피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계절의 특징일 뿐
계절의 특성을 뜻하지 않는다.
내 겨울의 온도는 온기를 품은 따스함이다.
아주 시리도록 추운 겨울일수록 포근하고 따스하다.
길거리에 사람들의 손에는 푹신한 계란빵이,
달달하고 포근한 붕어빵이, 따뜻하고 찰진 옥수수가 들려있다.
따뜻한 겨울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