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비우려 생각을 한다

어쩌면 회복기의 노래

by 그래좋다고치자


생각을 비우기 위해 생각을 비우겠다 생각을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다짐한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이불의 감촉을 느낀다. 잠시의 침묵도 견디지 못하는 듯 머릿속엔 거센 파동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 물결을 잠재우려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생각을 하자.



요즘은 생각이 많다. 하물며 잠에 들어서까지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꿈을 많이 꾼다. 현실에 기반을 둔 형태의 꿈도 있지만 대게 말도 안 되는 꿈일 때가 많다. 저녁에라도 생각 없이 잠들고 싶은데. 다시 한번 생각을 한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조금의 빈틈도 주지 않겠다 그 크기들을 키워가는 걱정들의 출처를 나 또한 모른다. 예년보다 열심히 살고 있으며 큰 걱정 따위는 없다 생각한다. 아, 그것 때문인가. 열심히 살겠다 다짐한 탓인가.



이제는 쉬는 법을 잊었다. 잠시 생각을 멈추는 것도, 어떤 행동을 멈추는 것도. 쉬고 싶지만, 그 방법을 잊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머릿속을 비우겠다 생각을 해야 한다.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또 무언갈 해야 한다. 생각하기를 쉬지 않는 작은 머리통이 걱정들로 그 크기를 키워 결국엔 툭, 하고 떨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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