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서로 다른 평행선 위에서 행복할 것

by 그래좋다고치자

인연에도 총량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뜨겁게 불타올랐던 너와 나는 서스름 없이 뭉텅뭉텅 마음을 끌어다 썼다. 때로는 서로가 안타까웠으며, 또 죽도록 미웠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말을 뱉었던 때가 무색하게,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만의 다정한 사랑을 나누었다. 아낌 없이 마음을 썼다.


우리의 인연을 빨리 써버린 탓일까. 우리의 이별은 정해진 수순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작스럽게 다가왔다. 미처 준비도, 일말의 예상도 하지 못했던 이별이었다. 성큼 다가온 이별은 누구의 탓이었을까. 고집을 죽이지 못한 나의 탓이었을까, 그런 나를 꺾으려 들었던 너의 탓이엇을까. 별 거 아닌 일에도 싸우고 헤어지고, 또 다시 붙었던 우리였는데 이번엔 달랐다. 평소처럼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다툼이 결국 이별로 이어졌다. 그저 '인연의 총량'이 다한 것이다. 그 뿐이다.


이별 앞에 선 나의 마음이 황망하다. 죽도록 미워만 한 줄 알았는데, 죽도록 사랑하기도 했나보다. 짧은 시간 동안 서로가 없는 순간을 생각해본 적 없는 너와 나는 이제 각자의 평행선 위에 서있다. 앞으로도 평생 만날 수 없는 끝없는 평행선 위에 말이다.


닿을 수 없을 그의 평행선에서는 보다 다정한 사랑을 나누길, 보다 덜 아픈 사랑을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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