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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Aug 20. 2019

아직 좀 부족합니다만..

앞으로 잘하려 합니다:)


 주부가 된 후 나는 생협 활동에 열심히다.

 처음에는 건강하고 바른 먹을거리를 위해 시작했는데 활동을 할수록 먹는 것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있어 생명을 존중하고 우리 것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선배 조합원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생산자님들을 만나면 더욱 가까이서 물품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 찾아뵌 ‘돼지 생산지’에서도 그랬다.


어슬렁어슬렁 돼지들의 놀이터


 돼지고기 생산지는 전북 순창에 있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생산자 선생님 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돈사를 찾았다. 놀랍게도 돈사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 댁 바로 옆에 있었다. 3개의 돈사에 40여 마리의 돼지가 뛰어놀고 있었음에도 불쾌한 냄새가 전혀 없었다. 그 비결은 1m 깊이의 톱밥과 화장실을 가리는 영특한 돼지 본성에 있다 하셨다.


 뛰어놀던 돼지들이 낯선 이의 방문에 경직되었다가 선생님의 기척에 안심하고 경계를 푸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개 보다 똑똑하고 인간 친화적’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미가 새끼를 압사시킬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선생님 돼지들은 짝짓기도 직접 하고 출산도 스스로 한다. 어미는 모유수유로 새끼들을 키운다.

 출하하기 위해 키우는 생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자라는 동안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고귀한 생명임을 인정해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리고 그 마음이 귀하게 느껴졌다.


 육식주의자인 내가 동물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존중은 고기를 귀하게 먹는 것, 생산자님께 감사드리는 것뿐이다.

 

 나는 브런치에 처음 발행한 글 ‘돼지는 알까? 자기 등뼈가 얼마나 맛있는지?’의 제목 때문에 몇몇 분께 불편을 드렸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글인데 제목에 시비가 붙자 좀 당혹스러웠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만한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적을 받자 내가 경솔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제와 제목을 바꿀 생각은 없다. 생명을 경외 시해서 사용한 제목이 아니거니와 할머니가 즐겨하시던 말씀이기 때문이다.


상처 받은 돼지가 있다면 미안해.


 밥상에는 주부의 철학, 가족의 삶의 방향이 고스란히 올라간다. 오늘 저녁 무엇을 먹느냐? 가 내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쓴 글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대로 녹아있다.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의욕이 앞서지만 아직은 의욕 그뿐이다.

 

 ‘아직’의 좋은 점은 ‘앞으로’가 남아서가 아닐까?

 오늘 저녁 밥상에 돼지등뼈 된장찌개를 올리고 가족들과 맛있게 먹으며 신중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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