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악마 있다.
이건 놀랍고도 비밀스러운 이야기이다.
흉악범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아 국민적 공분을 사는 요즘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 나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로 찍혀버리겠지. 그러니 이건 절대 비밀로 간직해야 할 이야기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일이 빈번했다. 학생들도 맞았다고 열폭하기보다는 ‘잘못 걸렸네. 재수가 없네’하고 넘어가곤 했다.
고2 신학기 첫날 담임이 ‘자신의 이름, 원하는 대학, 학과, 담임에게 바라는 점’을 적어 내라 하기에 ‘머리는 때리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었다. 의무교육 12년을 통틀어 담임에게 내 인권을 지켜달라 요구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신학기의 설렘 같은 건 하나도 없고 그저 문제집 푸는 기계로 몇 주를 보내자 슬 좀이 쑤셨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도망가기로 친구 몇 명과 마음을 모으고 적당히 눈치를 봐서 우린 튀었다.
다음날 복도에 쪼롬히 불려 나간 우리는 조례시간 내내 복도를 지키고 서있었다. 그러다 담임이 나와 훈계를 시작했는데 마침 내 목에 둘러져있던 수건을 뺏아 들고는 “넌 머리 때리지 말라고 했지?”하며 수건으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서 우두커니, 나보다 키가 작던 담임을 쳐다보았다. 담임은 때릴수록 흥분이 더 붙는지 “뭘 노려봐? 공부 안 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네가 제일 싫어하는 일을 당하는 거야”하며 수건질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목을 힘주어 잡은 일 역시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수건질을 피하기 위해 가드 올린 게 아니었다. 나는 저지를 목적으로 담임의 손목을 잡았다. 담임은 자연스럽게 손목을 빼더니 옆 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마음으로 담임을 죽였다. 급식실에서 훔쳐온 식칼을 머리 위까지 치켜들었을 때 담임은 놀라 자빠졌고 나는 그를 비웃으며 다가가 칼질을 시작했다. 주변에 몰려든 학생들에게도 모두 죽이겠다고 소리치며 광분했다. 담임의 더러운 손이 내 발목을 잡자 나는 반대발을 들어 담임의 손목을 밟아 버렸다.
“교실로 들어 갓!” 담임의 목소리에 환상에서 깨어 나오자 교도소에 20년은 수감된 기분이었다. 이후 미국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면 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나에게 총이 있다면 분명 담임의 이마를 뚫었을 것이다. 내 안에 그런 폭력성이 있다는 걸 나는 처음 알았다.
어느 범죄심리학자가 말하길 3 사람 중 1명은 사이코패스인데 사회화되면서 건전하게 살아가는 거라고 자기 자신일지도 모를 평범한 사람 안에 악마가 숨어있다고 했다.
나는 잠재적 범죄자다. 아직 큰 일을 쳐본 적은 없으나 나는 내 안에 악마를 본 적이 있다. 악마의 정체를 알기에 더욱 숨기고 살아야 한다. 평생 잠잠하고 순진하게 살아보리라.
오늘은 만우절. 이 이야기는 절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