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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23. 2021

지나간 메모...

봄날 써 놓았던 메모를 발견했다.

봄에 들어서다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해가 지면서 비에 눈이 섞였다.

봄은 비와 눈이 섞이는 계절인가 보다.


봄과 가을은 뭔가 분명치 않아서 좋다.

추운 듯하면서 덥고, 더운 듯하면서 춥다.

이 계절들은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과 비슷하다. 


계절에 들어설 때 누군가 물었다.

"행복하냐?"라고,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편안하다."라고.....




요즘 '편안하다.'라는 말에 꽂혀있다. 

이 말의 어감이 너무 좋다. 

아마도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장면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인가 보다.

"지안(至安), 편안함에 이르렀느냐?"


궁극적으로 인간이 도착하려는 지점이 아닐까?

이 지점을 갈 수 있을까?




"슬픔과 좌절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철학과 유머가 필요하다."

(찰리 채플린)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데,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The more you pull us back the harder we strike."

(너희가 우리를 뒤로 끌어당길수록 우리는 더 강하게 싸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응원 포스터




길을 걷다 언뜻 떠오르는 문장들을 내게 카톡으로 보내는 버릇이 생겼다. 

행여나 하는 생각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이게 버릇이 되니 수시로 내게 문자를 보낸다.

내가 나에게 보낸 문자들을 정리하다 보니 사라진 것도 있는 것 같다. 왜 사라진 걸까?


"내가 보냈다고 착각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카톡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메모가 글이 되려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워드 프로그램을 띄우고 쓸 때의 느낌을 살려야 한다.

영감이 떠올라 쓴 문장일 텐데 막상 집에 와서 써 놓은 글을 보면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첫 문장을 잡았으면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라도 몇 줄의 중심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쉬운가? 바쁜 일상에서 흐르듯이 지나간 감각이 시간이 지난 뒤 잡힐 리가 만무하다.

좋은 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기고 메모들은 컴퓨터 하드의 구석으로 사라진다.


일요일 아침, 문득 카톡 창에 남아 있는 낙서 같은 메모들을 발견해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계획이 없던 휴일이었는데 할 일이 생겼다. 


카톡에 버려져 있던 메모들을 좀 정리하다 보면 좋은 글 하나쯤 쓸 수 있을까?

저녁쯤에는 괜찮은 글을 하나라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실패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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