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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27. 2021

실천의 어려움

나의 새해 계획 중 첫 번째 실천사항은 체중 감량이었다.

작년, 해외에서 감금에 가까운 락다운에 걸려 4개월 가까이 집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체중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첫 건강검진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내 몸의 이상 신호를 봤다. 


의사의 소견은 “금연” “감량”이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가장 하기 힘든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늦여름에 서울에 일자리를 얻어 서울로 상경했다. 

첫 달에는 방을 구하고 직장에 적응하느라 제대로 감량을 위한 무언가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가끔 하는 등산과 식사량 조절로 체중 감소를 시도했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배는 고픈데 체중은 줄지 않는 짜증 나는 고통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둘째 달이 되어 각종 다이어트 식품으로 식사를 대체하고 자전거로 여가를 보내면서

운동량을 늘려 보았다. 이것도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이 정도의 운동량은 내 체중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정말 1㎏의 감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절은 바뀌어 가는데 몸에 맞는 옷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싼 브랜드가 아니면 맞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우스워 보이지만 이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고민이다.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옷을 작게 입었던가.


여름 나라에 살았던 나는 옷에 대한 감각이 없다.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입고 

살았다는 뜻이다. 내가 살던 곳은 그렇게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월급 받는 직장에 다니면서 그렇게 

하는 건 반 사회적 행동에 가깝다. 몸의 사이즈가 일반적이지 않으니 중고

매장이나 당근 마켓에서도 옷을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가난은 이럴 때 현실이 된다. 

셋째 달이 되어 월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며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칼로리 없이 배고픔을 달래주는 음식을 찾는 것과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을 찾는 일이었다. 식사 대체 식품은 검색과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대로 된 물건을 찾아냈다. 문제는 체육관이었다.


회사와 집의 중간 지점에 적당한 곳 3곳을 정하고 비교해본 끝에 직장의 길 건너 빌딩에

있는 체육관을 찾아갔다.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집과 회사에서 가까웠고, 회비가 저렴

했으며,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상담해준 담당자가 특히 맘에 들었다.


친절한 사람은 언제나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일단 체육관을 가기는 했는데 이런 운동은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PT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여건이 안 되니 혼자 검색을 통해서 운동의 순서를 정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첫 일주일은 지옥이었다.

대부분의 일은 시작하고 보면 내가 그 일에 얼마나 문외한인지 알게 된다.

멀리서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제로 해보면 만만한 일이 없다.

지식도 없고 소질도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하니 , 얼치기로 만들어진 운동 

순서가 제대로 작동될 턱이 없었다.


틈틈이 PT를 곁눈질하면서 오류를 수정했고, 운동량을 조절했다.

이렇게 매일 초주검이 되는 생활을 한 지 30여 일이 지났을 무렵 출석률 99%를 

달성했고 약 4㎏의 감량에 성공했다. 일시적인 현상이었겠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며 4주 가까이 

체육관이 문을 닫은 것이다. 덕분에 운동의 맥은 끊겼고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식이요법은 크게 효과가 

없었다. 요요현상은 순식간에 찾아왔고 몸은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거의 4주에 가까운 휴식을 끝내고 체육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한 첫 몇 날은 또다시 지옥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처음보다는 몸이 빨리 

적응했다. 며칠이 지나자 피로도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몸을 멋지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건강 검진의 의사 소견서에서 빨간 줄을 지우는 것이 나의 목표다.

열심히 하려고 마음은 먹지만 체육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천근만근이다. 

정말 하루하루가 본능과의 싸움이다. 


누가 뭐래도 올해 최우선 과제는 체중 감량이다.  

올 연말에는 목표치의 감량에 성공하여 무거운 몸이 좀 가벼워지길 바란다. 

그리하여 내년 건강검진 때는 좀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또한, 몸에 맞는 옷을 좀 쉽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살면서 작은 목표라도 성취하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지나간 시간들이 내 삶 속에 쌓여서 나의 역사를 

만들것이라는 믿는다.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면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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